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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구조조정 재원 마련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로 기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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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적극적… 정부도 긍정 반응

세계일보

‘한국판 양적완화’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발권력을 동원해 자본확충펀드 조성에 참여하고 정부는 공기업 주식 등 현물을 국책은행에 출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자본확충펀드는 한은이 금융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우회출자 방식으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제안했다.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 이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 조성 규모는 적게는 10조원, 많게는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확충펀드 부각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12일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구조조정과 양적완화 -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한은의) 국책은행 출자가 가장 효과적”이라면서도 “한은이 역으로 제안한 자본확충펀드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 전 수석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경제정책본부장으로 나서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의 불씨를 당긴 한국판 양적완화를 설계하는 데 참여했다. 발제자로 나선 오정근 건국대 특임 교수도 이 자리에서 “정부도 일정 부분 담보를 내놓는 방식으로 자본확충펀드를 구성해 KDB산업은행에 자본을 확충해주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며 “(자본확충펀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 규모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충당금만 갖고 10조원을 말하고 있지만 어림없다”며 “구조조정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까지 높여주려면 적어도 30조원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자본확충펀드는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은행 건전성을 높이고 실물경제 지원 여력을 키우고자 조성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산은에 3조3000억원을 대출했고, 산은은 이를 펀드에 출자했다. 펀드는 신청한 은행의 자본을 늘려줬고, 자본을 충원한 은행은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에 나섰다. 앞으로 국책은행 지원을 위한 자본확충펀드가 조성된다면 한은이 중간 대부자인 금융기관(시중은행)에 대출해주고, 이 기관이 다시 펀드에 출자하는 형태로 전망된다. 이 펀드는 산은 등이 발행하는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등을 인수해 자본확충에 나서는 구조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도 자본확충펀드에 대해 ‘검토할 만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며 “출자를 고집하는 금융위원회가 고집을 꺾는다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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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직접 출자 검토

정부는 한은의 발권력 동원에 발맞춰 산은과 수출입은행에 공기업 주식을 현물로 출자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현물 출자 대상으로는 정부가 가장 많이 들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정부는 LH 지분의 83.7%, 지분가치로는 12조2000억원을 보유 중이다. 다음으로 정부가 2대 주주로 18.2%(가치 7조2208억원)를 들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주식도 있다. 정부는 현물출자에 나서면 한은에 구조조정을 떠넘긴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나아가 구조조정의 실탄 마련을 놓고 이견을 보인 한은과 협력하는 모양새를 갖춰 당국의 구조개혁 의지를 시장에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다만 재원 분담 비율 등 민감한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진통이 여전히 따를 것으로 점쳐진다.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는 이번 주말 2차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를 열고 정책 조합 방안을 논의한다. 상반기 중으로 확정하기로 한 자본확충 방안 결정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본확충 방법 결정 시기를) 6월 말까지 하겠다고 했지만, 국민 관심이 많아 이전에라도 결정하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계식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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