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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정부, 구조조정 집도의 산은·수은에 “먼저 정밀 수술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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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고강도 자구안 요구

세계일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국책은행의 부실책임론이 비등하고 있다. 정부는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해 부실책임을 추궁하는 차원에서 임금 반납·삭감, 조직개편 등을 요구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은과 수은이 공적자금 투입에 앞서 자구계획을 통해 고통분담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감사원의 경영부실 감사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사정한파에 산은과 수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제3차 금융 공공기관장 간담회를 마치고 이동걸 산은 회장과 이덕훈 수은 행장을 따로 불러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이날 간담회의 주제였기 때문에 별도 면담에서는 산은과 수은의 자본 확충과 자구안 마련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산은과 수은은 구조조정이라는 시급한 현안을 다뤄야 하며 자본확충도 절실하다”면서 “철저한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자본확충이 시급하다고 해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열린 기업 구조조정 자금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체 첫 회의에서 두 은행은 대략적인 자구계획을 설명했으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관계자가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문서로 보고한 것은 없으며 (자구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도 없고 자구 노력을 한다면 어떤 부분이 가능할지 검토 중인 단계”라며 “최대한 빨리 마련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구안에는 임금반납카드가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두 은행은 지난해 한 차례 임금을 반납 또는 삭감한 바 있다. 산은은 지난해 11월 홍기택 당시 회장이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팀장급 이상은 지난해 급여 인상분을 반납했다. 수은은 전직원이 지난해 11∼12월 시간 외 수당을 반납했고 올해 경영진 임금을 5% 삭감하고 전직원은 임금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산은은 경영진 임금 삭감, 수은은 일반 직원의 임금 삭감 카드를 아직 쓰지 않았다.

세계일보

일각에서는 자본 확충 규모에 따라 자구계획이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본 확충은 최소 5조원에서 최대 10조원 사이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받은 돈이 늘어날수록 자구조치의 강도도 높아져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자구노력을 압박하는 것과 별도로 부실기업 관리 책임을 물어 산은과 수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징계도 준비 중이다. 임 위원장은 “산은과 수은에 경영상의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며 “감사원이 대대적인 감사를 이미 완료했고, 감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관리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감사원은 곧 산은과 수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다.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2년간 5조원이 넘는 손실을 내는 동안 산은이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여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은도 자회사인 성동조선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원이 적정했는지 경영관리가 부실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 결과가 나오면 개인과 기관에 대한 징계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검찰 고발까지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일반 직원들도 고통 분담을 해야겠지만 기업 부실 사태를 불러온 산은과 수은 고위직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책은행에 혈세를 쏟아붓는 일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고위직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은은 수은의 자본 확충을 위해 현물출자 방식으로 내놓을 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 대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나 한국전력 주식으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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