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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추경vs발권력’…정부·한은 구조조정 재원놓고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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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경요건 부적합”, 한은 “담보 확보된 대출형태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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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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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 4일부터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가운데 양측이 재원조달 방법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한은의 발권력을 국책은행 출자에 동원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은은 구조조정 재원은 기본적으로 정부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하고 발권력을 동원하더라도 출자가 아닌 담보가 마련된 ‘대출’ 형태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한은이 제안한 자본확충펀드 등 대출 방식에 대해 TF에서 검토하기로 했지만 한은의 완강한 태도에 곤혹스런 분위기다.

앞서 기업구조조정에서 한은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출자방식보다 2009년 한은 주도로 실시된 ‘은행권 자본확충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은은 시중은행 채권을 담보로 대출해 주고 은행들이 그 자금으로 특수목적법인(SPC) 형태인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에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이 총재는 “중앙은행은 손실 최소화라는 기본원칙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출자보다는 대출이 원칙에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에 중앙은행으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법 테두리, 중앙은행 기본원칙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미국 연준(Fed)의 AIG, GM 지원 사례를 소개하면서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신용대출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2008년 AIG에 1125억 달러를 긴급대출 하면서 AIG와 자회사의 모든 자산에 대해 담보권을 설정했다. GE도 독립적인 특수목적회사(SPV)를 통해 연준이 기업어음(CP)을 매입하고 SPV에 긴급여신을 제공하는 형태로 지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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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국책은행 자본확충 TF 논의가 처음으로 열렸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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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한적이 있다고 하니 협의체에서 살펴보기는 할 것”이라며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로 말했다. 즉, 한은의 직접 출자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추경의 경우 국가재정법에 대량실업, 경기하강 등 추경요건이 규정돼 있는데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고, 세계잉여금이나 예산편성 등을 이용한 현금출자는 국회 승인이 필요한데다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또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 출자기관 지분을 활용하는 현물출자는 개별 출자기관 소관법의 제한을 받는데다 여유가 많지 않고 처분도 어려워 금융당국이나 해당 국책은행들이 원치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법 개정이 필요없는 수은 직접 출자나 산은의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 매입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모두 한은의 발권력을 활용한 방식들이다.

한은은 과거 수출입은행 출자의 경우 외환위기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한 것이지 중앙은행의 기본원칙과는 거리가 있고 국회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부터 가동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TF가 6월말까지 재원확보 방식을 결론짓기로 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엄식 기자 usyoo@, 세종=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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