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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숫자만 있고 비전은 실종된 구조조정②] 빚 줄이기 능사 아니다…산업구조 개편 예측 없이는 필패(必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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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보유 주식 약 1조5000억원 매각, 과장급 이상 직원 희망퇴직 등으로 1533명 퇴직, 사외기숙사(493억원), 수원사업장(310억원), 당진공장(205억원) 매각, 약 1,500명 인력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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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경기민감업종 구조조정 추진 현황에 적시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 진행 상황이다.

정부의 구조조정은 이처럼 자산매각과 인력감축, 원가절감 등 이른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십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이처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이른바 ‘숫자’에 집착하다 부실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빚 줄이기’에 집착하다 중국의 성장과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로 요약되는 산업 경쟁 구도와 구조의 변화를 등한시 해 결국 시간만 보내다 더 큰 부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산업경쟁력 강화 및 관계기관 협의체’라는 이름의 차관급 협의체를 구성하고 총선 이후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고 있는 정부는 여전히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대표적인 게 4일 시작되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회의다.

정부와 한은은 이날 회의를 통해 조선과 해운업의 구조조정을 책임 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자본을 수혈할 다양한 방안을 시나리오별로 논의한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말 그대로 국책은행에 자본을 대기 위한 논의의 자리로, 조선업의 미래를 그릴 청사진이 논의되는 자리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사령탑과 다름 없는 정부와 한은이 구조조정 자금 마련을 위해 줄다리기를 벌이며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정부와 산은 등 국책은행은 조선업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구조조정 자금의 구체적인 규모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 이슈의 한 복판을 이처럼 자본확충을 위한 정부와 한은의 신경전이 차지하고 있는 데 대한 산업계의 우려는 상당하다.

구조조정은 비용절감과 자산매각으로 대표되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으로 시작되지만, 궁극에는 해당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목적인데, 현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인력 감축 등 이른바 ‘경영정상화’ 조치라는 이름의 구조조정은 이미 실패했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2008년 이후 십년 가까이 진행되고 구조조정에도 상황이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감에서 정부는 부랴부랴 업계 중심으로 선종별 수급전망, 국내 조선업 전반의 미래 포트폴리오 및 업체별 최적 설비규모, 협력업체 업종전환 방안 등 제시를 위한 컨설팅을 추진키로 했지만, 대응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업산업은 1989년 ‘조선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중국의 부상과 미국 경기의 호황 등을 딛고 호황을 만끽해 왔지만, 이후 중국 조선산업의 성장과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수요감소 수요와 경쟁 구도의 변화에 전혀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양적 성장에 집착해 오다 질적 성장을 등한시 한 측면이 없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단순히 금융의 시각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닌, 산업 구조의 개편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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