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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구조조정 골든타임 초읽기에 몰린 해운·조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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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자구안 등 싸고 고심

세계일보

해운·조선업계가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한진해운은 사재출연과 추가 자산매각 등을 놓고 막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임원 4분의 1을 줄이겠다며 대대적인 인원 감축을 예고했고, 중소 조선사까지 이 대열에 합류할 조짐이다.

◆사재출연 포함 여부 관심

한진해운 추가 자구안의 최대 관심은 전·현직 경영진의 사재출연 여부에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부실 책임을 추궁하며 사재출연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정부의 구조조정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업이 부실한 데 대한 고통분담은 대주주가 함께 져야 한다”며 “사채출연을 한다든가, 기업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한다든가 하는 형태”라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민정서와 현실의 합리성은 다른 차원”이라며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이 어려운 회사를 넘겨받은 뒤 오판을 하거나 새로 투자해 부실이 난 게 아니기 때문에 조 회장한테 사재출연 등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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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재출연 압박은 조 회장보다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유수홀딩스 회장)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전 회장은 자신과 두 딸이 가진 한진해운 주식 0.39%(약 31억원어치)를 지난 6∼20일 매각했다가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주식매각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으로 금융당국 조사도 받고 있다. ‘또 혈세를 투입해서 구조조정을 하느냐’며 격앙된 국민정서를 달래기 위해서는 조 회장보다는 최 회장이 사재를 내놓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한진해운은 유동성 확보 방안도 추가로 내놓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터미널 유동화로 1750억원, 상표권 등 자산매각으로 1340억원 등 총 4112억원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채권단에 제출했지만 “현금흐름이 빠듯하다”는 평가와 함께 거절됐다. 한진해운은 지난 27일 340억원 규모의 에이치라인해운 주식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은 또 자구안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받은 용선료 협상 계획도 손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현대상선과 비슷한 20∼30% 용선료 인하를 목표로 3개월 내 협상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을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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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인력 감축 시작

현대중공업그룹은 28일 상반기 임원인사를 하면서 조선 관련 계열사 임원의 25%를 줄이기로 했다. 임원 60명이 짐을 싸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임원 감축은 조선 빅3의 인원 조정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약 30%의 임원을 줄였지만 정부가 혹독한 자구안을 원하고 있어 현대중공업의 감축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별도로 2019년까지 인력 2300여명을 추가로 줄여서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만드는 구조조정계획을 세웠다. 삼성중공업은 셸과 지난해 맺었던 약 47억달러(5조2724억원) 규모의 부유식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3척 건조 계약에 대한 해지 통보를 받아 일감이 더욱 줄게 돼 감축대세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더불어 수시 희망퇴직을 활성화하고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감소를 통해 최대 1000명 넘게 인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선 빅3은 그러나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올해 상반기 신규인력은 400여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평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조선업계 구조조정은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STX조선해양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에는 법정관리로 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는 STX조선은 채권단이 공동관리 이후 4조원 이상 투입했지만 2013년 1조5000억원, 지난해 3000억원 이상 손실을 냈다.

정부는 지난 26일 STX조선의 신규 수주 현황과 대외여건 등을 감안해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중소 조선사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겠다고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 발표를 중소 조선사 정리·통폐합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보고 있다. 자율협약 상태에 5년 이상 머물러 있는 성동조선은 현재 삼성중공업이 영업과 구매, 생산, 기술부문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경영협력을 추진 중이다. 채권단 공동관리 중이었던 SPP조선은 지난달 SM(삼라마이더스)그룹과 채권단이 인수협상을 마무리했고, 내달 중 SM그룹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나기천·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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