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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구조조정 재원' 싸고 정부·한은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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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선별적 양적완화”/한은에 적극적 통화정책 강조 / 한은 “법·원칙 따라” 요지부동/‘정부, 발권력에만 의존’ 불만도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마련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국은행 간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연일 정부는 ‘선별적 양적완화’를 주문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한은은 ‘법규와 중앙은행 기본원칙 테두리에서 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며 “무차별적인 돈풀기식 양적완화가 아닌 꼭 필요한 부분에 지원이 이뤄지는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밝힌 데 이어 한은에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재차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일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이 28일 점심을 먹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한때 1인당 GDP가 6만달러일 정도로 세계적 부촌이었던 거제는 조선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유령의 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하다.거제=연합뉴스


정부는 선별적 양적완화를 위한 정책방안도 구체적으로 주문한다. 전날 청와대 관계자는 “한은이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는 방법이 있고, 직접 출자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자본 확충이 시급한 산은의 정책기획부문장인 이대현 부행장도 “구조조정을 도우려면 후순위채 인수나 자본금 확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거나 두 가지를 섞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은 요지부동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 외 공개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한은법에 산은을 상대로 출자하거나 후순위채를 인수할 근거가 없는 만큼 독자적으로 양적완화를 결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을 동원하는 ‘정공법’을 외면한 채 발권력에만 의존하려 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할 정도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했는지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와 한은 간 갈등은 갈수록 증폭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만간 해운·조선업종의 구조조정 방안이 확정돼 산은 등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규모와 시기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 투입을 주저하는 정부나 정부 보증이나 국회 동의 없이 재량으로 양적완화를 단행할 수 없다는 한은이 쉽사리 양보할 리 없다. 시장에서는 양측이 서로 책임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구조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계식·이우승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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