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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사모펀드, 기업 구조조정 ‘해결사’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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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커져 동원 가능한 자금력 늘어 역할 ‘톡톡’

2012년 웅진그룹은 자금난에 빠지자 알짜기업인 웅진코웨이를 시장에 내놓았다.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MBK파트너스는 매물로 나온 코웨이를 1조1900억원에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회사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고, 4년이 지난 지금 코웨이 지분가치는 약 2조3000억원에 이른다.

PEF가 기업 구조조정의 해결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룹 구조조정에 자금을 공급하거나 괜찮지만 부실한 기업을 사들여 가치를 높여놓기도 한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취약 기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 PEF가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 매물 사들이는 PEF

27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PEF 자금 규모는 58조5000억원이다. 2011년(31조8000억원)에서 4년 만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몸집이 커진 만큼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도 늘어났다. 지난해 PEF가 기업지분 인수 등 투자에 쓴 돈은 12조8000억원이다.

토종사모펀드시장은 MBK파트너스, IMM PE, 한앤컴퍼니 등 빅3가 주도하고 있다. 부실기업 투자로 정평이 난 IMM PE의 할리스커피 인수가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IMM PE는 2013년 할리스커피 지분 인수에 820억원을 투자했다. IMM PE는 할리스커피 인수 뒤 직영점을 확대하고, 새 브랜드 론칭 등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할리스 매출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3년 전 200여명이던 직원수도 60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한진해운이 2013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내놓은 벌크전용선 사업부문도 한앤컴퍼니가 3000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한앤컴퍼니는 최근에는 한진해운이 보유한 마지막 벌크선을 사들이고, 현대상선의 벌크전용선사업부 인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 중견 사모펀드인 JKL 파트너스는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법정관리 중인 해상운송업체인 팬오션을 4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하림은 팬오션 인수로 올해 대기업으로 올라섰다.

세계일보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한계 대안

PEF가 기업 구조조정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은 은행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부실 책임이 있는 기존 경영진에 구조조정을 맡겨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최근에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많아지면서 은행 외 다양한 채권자들이 등장해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PEF는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 혹은 기업 지분을 사들여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내는 게 목표이다. 달리 말하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채무조정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거나 건실한 기업으로 바꾸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실제 PEF에 인수된 기업은 재무개선, 매출 상승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05~2014년 PEF가 투자한 기업 90개사를 분석한 결과 피투자기업 매출은 인수 당시 평균 1470억원에서 매각 시 2300억원으로 성장했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PEF 등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기업은 자연스레 퇴출되면서 전체 산업의 건전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PEF 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PEF를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구분하고 모든 전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낮추는 한편 유암코를 확대해 민간 주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부실한 기업을 살리는 자금을 누가 동원할 수 있는지 찾아보면 결국은 대규모 출자를 받는 PEF 정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본시장 기능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대두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실기업 구조조정 전문 PEF나 행동주의 헤지펀드 육성 등을 통해 기업구조조정 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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