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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은행권 '충당금 일단 쌓자'…'구조조정 긴장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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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현대상선·한진해운 충당금 미리 쌓아…우리銀도 현대상선 여신 전액 충당금 ]

머니투데이

시중은행들이 조선·해운업체 등 기업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관례보다 더 많은 규모로 쌓거나 구조조정 전 미리 적립하는 추이가 최근 들어 뚜렷해졌다. 기업 구조조정이 더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해 혹시 닥칠지 모를 충당금 충격을 분산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1분기 중 대손비용은 6107억원(연결기준)으로 집계됐다. 대손비용은 손실 충당금 전입액을 말하는 것으로 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늘어난다. 올 1분기에는 충당금과 관련한 사건이 현대상선의 자율협약(채권은행 공동관리) 신청 정도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4개 시중은행의 올 1분기 충당금 규모는 자율협약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법정관리(경남기업), 워크아웃(포스코플랜텍)이 발생했던 지난해 1분기 8406억원의 70%를 웃돈다.

지난해 4분기에 충당금을 대거 쌓은 국민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을 보면 올 1분기 대손비용이 5633억원으로 자율협약 중인 STX조선해양에 대한 재실사로 충당금 추가 적립이 이뤄졌던 지난해 4분기 4598억원보다 오히려 늘었다.

이는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 충당금을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준보다 더 많이 쌓은 영향이다. 은행들은 빌려 준 돈을 떼일 가능성에 따라 정상(여신 대비 충당금 비율 0.85% 이상), 요주의(7% 이상), 고정(20% 이상), 회수 의문(50% 이상), 추정 손실(100%)의 5단계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는다. 은행들은 보통 자율협약 기업여신은 요주의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여신은 고정이하로 분류해왔고 금융당국의 최소 기준치에 부합하는 수준의 충당금만 쌓는 경우가 빈번했다. 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대손비용이 늘어 당기순이익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은 여신 대비 20% 미만으로 쌓았던 자율협약 기업 충당금을 여신 전액 수준으로 늘리거나 정상 여신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4분기에 현대상선에 대한 여신 분류를 회수의문으로 재조정하고 여신전액(590억원)에 가깝게 충당금을 쌓은 게 대표적이다. 여신 전액에 대한 충당금 적립은 통상 법정관리 기업에 준하는 기준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3월에 자율협약에 들어갔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정상여신으로 분류해도 규정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

국민은행은 올 1분기까지 한진해운에 대한 여신 550억원 중 19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KEB하나은행 역시 조선·해운사 여신에 대해 8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우리은행이 올 1분기에 현대상선 여신 800억원 전액에 대해 충당금을 쌓고 ‘정상’ 기업인 대우조선해양 여신에 대해서도 10% 미만의 충당금을 쌓은 것도 눈에 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당장 순익이 줄어도 부실 가능성이 있는 여신을 털어버리고 가는 게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어 가급적 충당금을 충분히 쌓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에 대한 은행권 대출액은 1조2000원이며 7170억원이 KDB산업은행에 몰려 있다. KEB하나은행이 860억원, 우리은행이 690억원, 국민은행이 550억원의 한진해운 여신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혀 없다. 현재 은행권은 한진해운의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자율협약 신청으로 2분기 중 요주의 이하로 하향되면 추가 대손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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