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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조선 빅3, 합병 없는 구조조정…모두 생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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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조선 빅3의 합병에 대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합병이나 분리 없이 세 회사가 모두 살아남을 수 있을까?

26일 금융권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선·해운업의 세계적인 불황에 국내 빅3를 모두 유지하게 될 경우 셋 다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해운업 호황시절 국내 대형 업체들은 저가수주 등 과도한 경쟁을 펼치며 덩치 키우기에 집중했다. 결과는 중소형 조선사들은 대부분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됐고, 대형 조선사마저 앞날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수주는 한계가 있는데 과도한 경쟁을 벌이며 제 살을 깎아 먹은 결과다. 세 업체가 잘 나갈때는 글로벌 시장을 석권했지만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모두 존재할 경우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걱정은 늘 존재해 왔다.

이와 관련,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금감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국내 대형 조선업체 3곳(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구조조정해 1~2개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업이 업황이 어려움을 겪다가 다시 개선되는 턴어라운드(Turnaround) 현상을 보였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패턴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공급과잉 산업을 구조조정 하지 않으면 퇴보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조선 강국이었던 스웨덴이 한국과 중국에 밀려 조선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조선소들이 문을 닫게 된 사례들을 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물론 시장에서의 자발적 빅딜이 아닌 정부 주도의 빅딜이 쉽지 않다는 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또 STX조선 같은 방식의 다운사이징 형태의 구조조정도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STX의 경우 한때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과 함께 조선 빅4라고 불렸지만 무리한 확장으로 위기를 맞이했고, 결국 다운사이징을 선택했다.

진해의 5개 선대 중 3개를 포기했고 선종을 탱커선과 해상 액화천연가스(LNG)주유터미널(LNGB) 등으로 특화했다.

반면 대형조선사들과 수주경쟁을 벌이던 해양플랜트와 중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수주를 중단하면서 국내 조선업계 과잉공급 및 저가수주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 이후 STX조선은 신규자금 지원 없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것도 나름 괜찮은 모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 위기에 빠진 빅 3에게 이런 방식이 최선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와 함께 시장에서는 조선 빅 3를 민수와 군수 부분으로 해체모여 해서 재편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한 대안이라는 주문이 나온다. 다시 말해 흩어져 있는 방위산업 부문을 통폐합해 해양판 '항공우주산업(KAI)'을 설립하는 구상이다.

특히 대우조선의 경우 방산부문을 매각할 경우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고, 이를 구조조정이나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대우조선해양은 1만3500명이던 직영 인력을 올해 말 1만2700명으로 줄일 방침이었지만 추가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회사의 인력을 2019년까지 1만700명 수준으로 감소할 계획이며 이 때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한 퇴직금 및 재교육 비용 등이 발생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조조정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부분 중 하나가 정리된 인력에 대한 퇴직금이나 재교육비"라며 "안그래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유동성이 떠나는 인력을 위해 쓰이게 된다"고 말했다.

각 회사의 방산부문이 하나로 뭉쳐질 경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 부문이 겹칠 경우 저가수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서로 잘하는 부분을 통합해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 빅3의 합병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정부의 입장이 당장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에 대해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민간기업에 직접 합병 등을 권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중국발 공급과잉과 조선 기술 추격을 볼때 조선 3사가 자체 자구노력을 강화한다 해도 다 서바이벌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ru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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