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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한계기업 구조조정 속도…건설업계 "2009년 재현될라"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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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 우선 구조조정, 업계 "건설, 안심할 상황 아냐"

2009년 무더기 워크아웃, 구조조정 실효성 개선해야

뉴스1

일러스트=최진모 디자이너©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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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정부가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09년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단행한 건설업에 대한 구조조정 이후 상당수 업체가 문을 닫은 경험이 있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선과 해운이 우선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 건설업계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도 "다만 2009년 진행된 구조조정 당시 회생가능성이 있는 건설사까지 법정관리로 내몰린 전례가 있어 정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도 간접 영향권"…자금난 심화될라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5대 취약업종 중 조선과 해운업을 대상으로 우선 구조조정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조선업은 국제유가 급락 및 수요 감소 탓에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업체에서만 지난해 8조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다. 해운업 역시 수년 이상 적자가 누적돼 우선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은 인력 감축과 기업간 인수·합병(M&A)이 병행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5대 취약업종으로 분류된 건설은 과거에 부실기업들이 이미 정리됐고 수주고도 풍부해 당장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건설업은 기업 구조조정의 광풍에서 한발 비껴간 모습이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수주산업에 수조원 이상의 여신이 물려 있는 금융권에서 돈줄을 옥죌 경우 일부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금융권이 채권회수에 집중하거나 여신 제공을 축소하면 일부 업체가 자금난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에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이다.

◇1차 구조조정 이후 7년…퇴출 공포 다시 '엄습'
건설업체들이 기업 구조조정과 워크아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는 2009년 단행된 1차 구조조정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도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시중은행들은 경남기업, 풍림산업, 우림건설, 삼호, 월드건설, 동문건설, 이수건설, 대동종합건설, 롯데기공, 삼능건설, 신일건업 등 11곳을 워크아웃 대상(C등급)으로 지정했다.

이중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여겨지는 업체는 이수건설과 동문건설 등 3∼4곳 정도에 불과하다.

우림건설은 재건축 사업 수주로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는 회사로 꼽혔지만 끝내 법정관리로 내몰렸다. 롯데기공은 건설부문을 롯데건설에 매각한 뒤 건설업에서 아예 손을 뗐다.

이들 회사의 공통분모는 워크아웃 이후 신용 문제로 보증을 받지 못해 신규 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다. 자산 매각 등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는 극복했지만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해 사세가 크게 위축됐다.

워크아웃 이후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채권단의 빚 독촉까지 가중돼 법정관리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발생했던 것.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기업 죽이는 워크아웃, 제도 보완 시급
건설업체들은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구조조정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다만 2009년 시중은행이 주도한 구조조정에서 워크아웃의 부작용이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병행돼야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2009년 이뤄진 구조조정 이후 워크아웃 대열에 합류한 업체는 벽산건설과 신동아건설, 남광토건, 제일건설, 한일건설, 동일토건, 청구, 성우종합건설, 쌍용건설, 동양건설산업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중 쌍용건설과 동양건설산업은 법정관리로 내몰렸지만 새주인을 찾은 덕에 경영정상화에 성공했다. 반면 성원건설은 법정관리 이후 추진한 매각작업이 실패하며 끝내 파산했다. 한때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에 이름을 올렸던 벽산건설 역시 2014년 문을 닫았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경영정상화에 득이 되기보다 실이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신용등급 하락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채권회수에 급급한 은행이 업체들을 옥죄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채권은행의 워크아웃 대상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워크아웃은 보통 채권액 기준으로 75% 이상의 채권단이 동의하면 개시 여부가 결정된다.

이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회생가능성과 경영전략, 업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해야 하는데 채권단들은 부채비율 등 수치에만 의존한다"며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일이 필요하지만 기성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회생가능성이 있는 업체까지 법정관리로 내몰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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