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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체면 구긴 한진家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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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1조 넘게 쏟아부은 한진해운 채권단에 넘기고

조남호 회장, "못 믿겠다" 투자자들의 EB 조기상환 요청받아

뉴스1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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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한진가(家) 형제들이 조선과 해운업 침체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을 채권단에 넘기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도 조선업 침체로 교환사채(EB)가 1년 만에 조기 상환 청구를 받으면서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채권단에 자율협약(채권은행 공동관리)을 신청했다. 2014년 제수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유수홀딩스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아 1조원 이상을 한진해운에 쏟아부었지만,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한진해운의 부채총계는 6조6402억원에 달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한진해운에 열의를 보여 왔다. 육·해·공 종합 물류를 위해서는 한진해운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운업계 불황이 길어지고, 컨테이너 선사들의 경쟁으로 '한진해운 구하기'는 실패로 끝났다. 게다가 채권단이 경영권 포기 각서와 사재출연, 감자, 용선료 재협상까지 요구하면서 조 회장은 곤욕스러운 눈치다.

동생인 조남호 회장이 이끄는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교환사채의 일시 상환청구를 받았다. 지난해 5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310억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한 지 1년 만이다. 주가는 급락했고, 주력 자회사인 한진중공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이 돌아섰다.

한진중공업홀딩스는 권리행사가액을 1만1238원에서 9216원으로 두 차례나 조정했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만기일인 2017년 5월이 되더라도 주가가 9000원대 이상으로 오르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선 손해 보고 교환하느니, 조기상환을 청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조선업이 회복하고 한진중공업이 나아지지 않는 이상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주가도 개선되기 어렵다고 본다.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형 조선 3사의 합산 수주잔액은 2월 말 기준 1220억달러로 2011년 이후 최저이고, 2017년부터 급격한 매출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해양 플랜트 부실 가능성이 여전해 업황 회복도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한진해운의 경영권 포기와 한진중공업홀딩스의 교환사채 조기상환 청구로 조양호 회장과 조남호 회장은 나란히 체면을 구겼다. 한진그룹은 2002년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 별세 이후 4형제 간 계열분리를 했다. 장남 조양호 회장이 한진그룹을, 차남 조남호 회장이 한진중공업그룹을,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남편인 3남 고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을, 4남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그룹을 각각 경영했다.

한진해운은 경영위기로 2014년 한진그룹에 넘어갔다. 이에 앞서 다른 형제들도 조금씩 남겨 보유하던 상호 지분을 일제히 정리했었다. 이때 조남호 회장이 보유한 소량의 한진칼 지분도 완전히 정리했지만 1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중공업과 해운 구조조정과 맞물려 형제가 다시 비슷한 처지를 맞고 있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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