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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구조조정 본격화]금융권 대규모 손실 불가피…충당금 부담도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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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정부와 정치권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조선ㆍ해운 등 구조조정 핵심 업종의 주 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KDB산업은행, 수출은행, 농협은행 등 국책(특수)은행은 자금사정이 열악한 반면, 시중은행은 상대적으로 높은 대항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6월까지 진행되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가 마무리되면 결과에 따라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실 메울 돈 없는 국책(특수)은행= 조선, 건설, 해운, 철강 등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적되는 업종에 대한 은행 대출 중 위험에 노출된 익스포저는 대부분 특수은행에 집중돼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 등 금융권이 자율협약을 추진 중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제공한 신용공여는 총 2조원 규모다.

현재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는 각각 7900억원과 1조2000억원 규모다.

이 중 시중은행(5000억원)과 특수은행(1조3000억원) 등 1금융권 여신 규모가 1조 8000억원에 달한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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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업종 구조조정으로 최대 투자자인 신용협동조합이나 지역 단위 농협 등 상호금융기관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금융권인 상호금융기관은 금융위기 이후 고금리로 발행된 해운사 회사채를 대부분 사들였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협약 채권인 회사채가 포함되면서 채무 조정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임 연구원은 “무디스는 최근 국내 경기 성장 둔화와 구조조정에 따른 자산 부실화를 반영해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며 “구조조정이 조선업종에서도 진행되는 만큼 국내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권의 익스포저도 약 21.7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84.3%인 18조3000억원이 특수은행의 몫이다.

은행별로 보면 수출입은행이 12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과 농협이 각각 4조1000억원, 1조6000억원 순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양사에 대한 익스포저 1조7700억원 가운데 77.6%(한진해운)와 68.4%(현대상선)도 특수은행 부담이다.

조선, 해운 등 부실업종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부실채권 비율은 위험수준으로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 기준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떠안은 부실채권만 각각 2조8000억원, 2조원에 달했다.

그 결과 산은과 수은의 부실채권 비율도 각각 4.55%, 3.29%로 전년 말보다 2.06%포인트, 1.27%포인트 상승했다.

국책은행과 함께 정책금융 역할을 하고 있는 NH농협은행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의 부실 조선사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말 2.27%까지 상승했다. 국내 시중은행 평균 부실채권비율은 1.13%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국내 17개 은행 전체(1.71%)로 범위를 넓혀 국책ㆍ특수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수 배에 달한다.

문제는 부실채권이 실제 부실화 됐을때 충당할 금액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부실채권이 늘면서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음에도 NPL커버리지비율은 100%를 밑돌았다. NPL커버리지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고정이하여신이 모두 부실화됐을 때 이에 대응할 자본이 부족하단 의미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지난해 1조원 넘게 충당금을 쌓았지만 NPL커버리지비율은 114.4%에서 79.8%로 하락했다. KDB산업은행도 86.32%에 불과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말 충당금이 1조2805억원으로 51.0% 늘어났음에도 NPL커버리지비율은 오히려 101.5%에서 78.8%로 줄었다.

▶시중은행도 충당금 부담 커질 듯= 시중은행의 경우 NPL커버리지 비율이 100%를 웃돌아 아직까진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6월까지 진행될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라 충당금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의 NPL커버리지 비율은 143.05%를 기록했다. 현재 부실채권은 막기엔 충분한 수준이다.

하지만 4~6월 진행될 대기업 신용위험평가가 나오면 충당금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이전보다 좀 더 강화된 기준으로 평가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은행들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등 위기나 불황에 시달리는 대기업들에 대한 신용위험도를 B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들을 채권은행들이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놓고 있다는 얘기다.신용위험도는 A∼D의 네 개 등급으로 나뉘고, 이 가운데 C∼D등급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상으로 분류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C등급으로 이들 그룹을 평가하면 엄청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며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경우에는 부실이 심해도 대 부분 B등급 정도로 분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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