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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채이배 “구조조정 지연은 책임 떠넘기기의 결과…고통전가가 아닌 고통분담이 되도록 정부 역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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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을 은폐하고 책임 떠넘기기를 하다 문제를 키웠다. 부실경영과 부실대출, 부실감독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일하게 된 채이배 국민의당 공정경제TF 팀장(42·사진)은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경영진과 금융권, 당국이 결탁해 서로 책임을 미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채 팀장은 지난 22일 마포 당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을 제 때 하지 않으면 공적자금 투입, 가계부채 증가 등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 해고를 최소화하고, 고통 전가가 아닌 고통 분담이 되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경향신문

국민의당 비례대표 채이배 당선인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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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왜 안되고 있나.

“원칙적으로 구조조정은 정부가 할 일은 아니고 기업과 채권자 간의 관계다. 회사 입장에선 정상화시켜서 채무를 갚겠다고 하는 것이고, 채무자 입장에선 채무조정이 되는 순간 자신들 책임하에 들어오는거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대출을 한 사람과 받은 사람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이뤄져 리스크가 커졌다면 대출을 회수하거나 채권단이 기업에 구조조정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이 어떤 때는 힘이 무지 세지만 어떤 때는 힘이 약하다. 대기업에 코를 꿰어 끌려가는거다. 그래서 대마불사가 나온다. 금융안에서의 자율적 기능,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기능이 잘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자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금융당국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당국 책임자들도 큰 사건이 자기 임기내에 터지는걸 싫어한다. 당국도 금융권과 결탁을 한 것이고, 서로 미룬거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당장 해운업과 조선업이 있고 철강업까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 하겠다는건데, 사실 이들 만큼 안좋은게 건설업이다. 건설은 이명박 정부 초기 때부터 위기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계속 묻어버리면서 왔다.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 아파트 시장과 맞물려 있고 가계부채와 연결된다. 건설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제대로 안하다보니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진거다. 국민의 돈을 쏟아부어 버텨온 셈이다. 해운·조선업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돈을 쏟아부어야 되는 상황이 됐다. 이렇게 구조조정을 제 때 안하면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기업은 분식회계를 통해 사실을 은폐하고, 이를 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피해가려고 했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 지원 받고 현대상선도 계열사 돈으로 계속 부실을 미뤘다. 계열사들의 지원으로 버티는 것도 엄격하게 보면 계열사의 부당 지원에 걸릴 확률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감독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 회사를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 판단을 해야 한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부실경영 상태임에도 대출을 했다면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이 과정에서 회사를 살리겠다고 결정하면 구조조정 하는 것이다. 지금 나오는 구조조정의 형태가 자율협약인데 이는 그냥 채권단과 같이 협약하는 것이다. 법률적 근거가 있는게 아니다. 현대상선도, 한진해운도 자율협약을 통해 용선료(선박 임대료) 인하 협상하고 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책임이다. 부실경영의 책임이 단지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 때문인가? 조선·해운 경기 불황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계속되온거다. 경영진이 대비했어야 한다. 그런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한테 책임을 묻는게 없다. 금융권도 채권자로서 역할을 안 하고 있다. 자율협약이 원활하게 진행이 된다면 남는 건 노동자 문제다.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해고 후 정상화되면 우선 채용하는 것이다. 당사자간 협의가 필요하지만 정부도 할 역할이 있다. 해고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지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 지금 있는 제도 갖고도 할 수 있으며, 더 필요하다면 제도를 보완해서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실업대책을 조건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노사가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 최대한 해고를 줄이고, 해고를 하더라도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최소화 해야 한다.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같은 대기업은 그나마 노사간 해결하기가 쉽다. 문제는 하청업체다. 일감이 떨어지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더 고통받을 사람들이다. 이에 대해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대기업에도 파견 근로자, 비정규직이 많다. 이 분들이 정말 피해자다. 가장 힘들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고통 전가가 아니라 고통 분담으로 가야 한다. 부실 경영의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는데 대부분 그 피해는 가장 어려운 사람들한테 가고 있다. 재교육, 재취업, 생활보장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야도 국회에서 협조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종인 대표 얘기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정부가 자율협약 알아서 하라며 손 놓고 있을게 아니라 고통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정부가 만든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노동자에 대한 지원문제 등이 다 들어있다. 법적 근거는 어느정도 있으니 실행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국회에서도 뒷받침하겠다”

-정부는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편을 동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연계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주력산업들이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고 세계 경기가 안좋으니 구조조정이 전면적으로 이뤄지긴 해야하지만 이것과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업종별 구조조정은 다른 문제다. 정부가 노동개혁이라고 하는건 결국 일반해고, 쉬운해고 하게 하자는거다. 회사가 안 좋아져서 하는 정리해고와 일반해고는 전혀 결이 다르다. 일반해고 문제는 명확하다. 우리나라 평균 근속 연수가 5.5년이다. 직장 5년 다니면 다른 일자리 알아봐야 한다는거다. 이렇게 노동유연성이 높은 나라인데 더 자유롭게 해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 아니냐. 대기업이나 재벌 등에는 그런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지만 모든 노동계의 문제는 아니다.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와 일반해고는 다른 것이다. 일반해고와 달리 정리해고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금융당국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금융당국이 너무 개입하면 관치가 되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수는 없다. 개별 기업마다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의 문제다. 동양그룹이 무너질 때를 생각해보면 건설에서 시작된 부실을 계열사에 떠넘겼고 회사채로 일반인에게 위험을 전가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할 일은 명확하다. 금융기관의 불완전 판매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걸 못한거다. 현대상선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계열사간 부실 지원에 대해 감독하고 책임질 부분 책임지게 해야 한다. 앞으로 금융기관과 기업간 힘겨루기가 있을텐데 금융당국이 나서서 공정한 싸움이 되게 하고 룰을 지키게 만들고 룰을 어기면 제재를 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채 팀장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경제개혁연구소 등에서 재벌개혁 문제에 천착해왔다. 국민의당 총선 공약으로 발표된 공정성장론, 이익공유제 도입 등에는 그러한 고민이 반영돼 있다. 그는 “언론에서 저를 재벌 저격수라고 부르는데 부담스럽다”면서 “기업을 옭죄고 규제하자는게 아니라 정도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기업 총수와 경영진을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재벌총수 저격수라고 불러달라”고도 했다.

-‘공정성장론’은 경제민주화와 비슷해 보인다. 어떤 개념인가.

“공정과 성장, 두 개를 구분했다. 공정은 시장질서가 공정하게 돌아가도록 대·중소기업의 공정거래, 노동시장 임금 격차 해소 등에 노력하는 것이다. 성장은 장기적 과제다.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고 일본처럼 갈 것이라는 얘기는 거의 10년 전부터 나왔다. 그 기간동안 뭘 준비했나. IT, BT 등 건건이 있긴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내놓은 정책이 아니었다. 재벌 대기업에 제도적인 지원을 한거였다. 30년을 내다보는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성장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자, 그래서 교육개혁부터 하자는거다. 30년 내다보고 장기적인 계획을 고민하는게 국가의 역할인데 매번 정권내에서만 실적 내려고 하니까 안됐다. 공정한 경제질서는 단기적으로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이것들이 전제 돼야 성장도 가능하다. 공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없으면 일을 안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그걸 만드는게 공정성장론이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업체에 배분하는 ‘이익공유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실현 가능할까.

“현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내에 성과공유제가 있다. 이익공유제랑 비슷한 개념으로, 둘 다 법으로 강제하는건 아니다. 회사가 자발적으로 이익공유제를 도입해 상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혜택을 주는 것이다. 지금은 공공사업 입찰시 가산점을 주는 정도인데 인센티브를 세제 혜택 등으로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1차 하도급, 2차 하도급업체로 쭉 내려가면서 이익을 공유하자는 개념이다. 지금의 성과공유제는 1차 하도급까지만 진행된다. 대기업이 2차 하도급까지 성과가 공유되는지에 대해 컨트롤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각각의 하도급 업체 근로자들과 이익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인센티브는 세제 지원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이익공유제를 도입하고 실행하면 법인세를 감면해줄 수 있다. 물론 대기업 법인세 감면이라고 문제 삼을 순 있겠지만 이익 공유가 계속 아래 하청단계로 내려가면 밑에서도 이익이 늘어나면서 세금을 더 낸다. 또 근로자도 소득이 늘어나니 세금을 더 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전체적인 세수의 감소는 없다고 본다. 세금 등으로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근로자에까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원천적인 분배 룰을 갖추자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새누리당도 2020년 1만원까지 올리는데에 컨센서스가 있다. 그 과정에서 인상률이 조금씩 더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자영업자와 중소영세업자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정상화 대책이 필요하다. 이 부분의 주름살을 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전체적인 소득 분배가 골고루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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