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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금융포커스]'불혹' 넘은 ATM, 구조조정 넘어 변화의 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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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약 50년 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입출금자동화기기(ATM)가 이제 확대·안정기를 넘어 구조조정 시기를 맞았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발전으로 관련 뱅킹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ATM의 경쟁력도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우리·국민·하나은행 등 4개 주요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자동화기기(ATM, CD)의 숫자는 2만6078대로 전년보다 1284대(4.7%) 감소했다. 가장 많은 수의 자동화기기가 운영됐던 2013년과 비교하면 2109대, 7.5% 줄어든 수치다.

이처럼 덩치 크고 비싼 ATM기는 빠르게 구조조정되면서 사실상 은행의 애물단지처럼 변했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은행들은 ATM기의 이용 수수료를 올리면서 수익성 악화 타개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은 ATM 변신에 주목하고 있다. 경쟁력을 잃고 고객에게 외면당하는 ATM기가 새로운 기술의 접목으로 재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비대면 채널 강화 수단으로 떠오른 ATM

은행들이 ATM의 새로운 기능에 주목하는 점은 비대면 채널의 강화 부분이다.

실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은 최근 손바닥 정맥 인증 또는 홍채인증 등 생체인증이 가능한 ATM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ATM 활용 확대에 걸림돌이었던 보안의 문제를 생체인증으로 보완하고 있다.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 등 간단한 금융업무는 기능이 강화된 ATM을 통해 처리하겠다는 것이 은행의 목표다. 초기 비용은 많이 들어갈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장기적인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모바일 등 온라인 채널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실제 많은 업무가 가능해졌지만 현금 출금 증 여전히 창구나 ATM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업무가 존재한다”며 “디지털 키오스크(생체인증이 가능한 신한은행 ATM)에서 할 수 있는 업무를 확대해 고객의 편의성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변화의 시기에 직면한 ATM

자동화기기의 등장은 4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 8월 당시 한국은행에서 떨어져 나온 외환은행에 설치되며 처음으로 국내에 등장했다. 시중은행으로는 1979년 조흥은행이 처음 ATM을 도입했다. 이후 은행원 없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입출금을 할 수 있다는 장점에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ATM의 숫자는 지난 2006년 2만5000대(4개 은행 기준)를 넘어섰고 2013년(2만8187대)엔 3만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최근 ATM의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ATM을 확대 또는 유지하기 위해선 유지비용보다 수수료 수입이 많거나 또는 같아야 한다.

ATM 한 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유지·보수비용은 약 2000만원이다. 금융연구원 조사에서 2012년 국내은행 자동화기기 연간 운영손실은 대당 약 166만원이다. ATM 운영으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입보다 운영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TM의 비용 항목은 동일은행 내에서도 지역 등 조건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며 “ATM이 변화의 시기에 직면한 만큼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금세 도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ATM 서비스 적정 가격 받겠다”

은행권은 ATM 숫자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함과 동시에 수수료 인상도 본격화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다음달 13일부터 자동화기기 이체수수료를 현행 800~9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인상은 수수료 현실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인상한다고 해도 다른 은행들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2월부터 ATM을 통한 계좌이체 수수료를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11월 이후 4년2개월 만의 인상이었다. KB국민은행 역시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ATM 수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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