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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빚만 잔뜩 실은 해운업… 구조조정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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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정부·채권단

세계일보

금융당국이 해운업계를 상대로 구조조정 고삐를 바짝 죄고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업계 2위 현대상선에 이어 1위 한진해운에도 경영권 포기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21일 현대상선에 대해 현재 진행중인 용선료 협상이 잘 안 되면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업계에서는 해운업계의 자체 생존이 의심되는 만큼 정부가 구조조정의 ‘큰그림’을 미리 그려놓고 양대 해운사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계획 대비 131% 목표를 초과 달성한 자구노력 끝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한계기업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월부터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진행한 재무진단 컨설팅을 마치고, 경영개선 방안을 두고 한진해운과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만나 경영권 반납을 포함한 고강도 정상화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진의 미래가 현대와 별 차이 없다는 거 천하가 다 아는 데도 (한진그룹에서 대책을) 안 내놓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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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구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작년 흑자를 견인한 컨테이너선 부문을 시장에 내놔야 구조조정 ‘실탄’을 마련할 수 있는데, 지난해 기준 매출의 92.4%를 차지한 컨테이너선을 포기하면 사실상 껍데기만 남아서다. 나머지 사업부문인 벌크선과 터미널 등은 매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대주주인 대한항공이 지원을 더욱 늘려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채권단 자율협약 아래 용선료 인하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대상선 역시 채권단이 요구하는 수준만큼 용선료를 깎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다. 현대상선은 모그룹인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이 사재 300억원을 출연하는 한편 사내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사실상 경영권을 채권단에 건넨 상황이다.

유 부총리는 이날 현대상선과 관련해 정부가 앞으로 취할 액션에 관해 “예컨대 용선료 협상이 잘 안 된다면 정부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법정관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유동성 등 정부의 추가 지원은 없다”고도 했다. 결국은 현대상선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파국을 맞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전망을 일축하고, 현재 진행 중인 틀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상선은 2013년 이후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의 자구계획을 실행해 왔으나 해운 시황의 침체와 장기간 손실 누적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상선은 이미 법정관리와 다르지 않은 수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법정관리를 통하지 않은 채 진행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동맹에서 퇴출돼 회복할 수 없는 영업력 손실을 보게 되기 때문에 사실상 퇴출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은 △자체 자구노력 △용선료 재협상 및 회사채 채무 재조정 △자율협약 등 3가지 트랙으로 이뤄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현대상선은 물론이고 채권단과 사채권자, 해외 선주 등 이해당사자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희생을 거부하면 전체 구조조정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구조다.

한편 해운업계와 함께 정부발 구조조정 드라이브 도마에 오른 조선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이 한창이다. 먼저 최근 2년 사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이 추가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최근 울산 본사에서 회의를 열고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조정안은 우선 현대중공업의 전체 인원인 2만7000여명 중 10% 이상을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형식으로 감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구조조정은 지난해 마무리된 1차 때 사무직 위주로 1500여명을 감축했던 것과 달리 생산직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휴일근무와 특근 등도 폐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최악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구조개혁 방안들을 고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 시점에서 확정되지 않은 구체적 내용에 대해 밝히는 건 어렵다”고 전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황계식·나기천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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