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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업 구조조정, 채권단·투자자 등 민간이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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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정치권 빠른 입법·정부 실업대책으로 지원"

"80년대 빅딜식 안돼…정부는 구조조정 조력자 그쳐야"

(세종=연합뉴스) 송광호 김동호 박초롱 김수현 기자 = 정부가 4·13 총선 이후 기업 구조조정에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정부는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의 구조조정을 돕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세제·재정지원과 관련한 입법 조치를 신속하게 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떤 기업을 구조조정할지 옥석을 가리는 작업에 정부가 깊이 관여해선 안 된다"며 "유혹을 떨치고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칼끝이 현대상선[011200], 한진해운[117930] 등 특정 기업을 향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아닌 투자자·채권단이 '구조조정 대상 명단'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정부가 할 일은 환자(한계기업)에게서 링거(국책은행을 통한 지원)를 뽑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개혁'이라는 화두를 던진 만큼 부실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만기 연장을 계속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극히 작다"며 "1980년대의 '빅딜식'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신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서도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등 유망 분야를 '손수' 고르지 말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창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여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량 해고 사태 등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사회 안전망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핵심 역할이라고 지적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해고 등 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특히 해고된 인력을 다른 일자리로 이동시키는 정책, 해고자에 대한 직접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생되는 근로자를 다른 산업으로 원활히 이동시키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구조조정에 쓸 재원이 있다면, 어려움을 겪을 근로자를 위한 지원책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제 경제가 돌아가는 정세나 산업의 큰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해 민간의 의사 결정을 돕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영록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중국 경제나 세계 경제의 변화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하고 있지 않다"며 "해외 공관에 파견된 수많은 인력을 잘 활용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경 산업연구원 기업정책팀장도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이 왜 지체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민간이 하지 못하는 일을 찾아내 해소해주면 되는 것"이라며 "세계시장 판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개별 기업이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가 기업 구조조정에 더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다.

정부와 함께 정치권도 필요한 입법 조치를 신속하게 단행해 구조조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백 교수는 "구조조정이 잘 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필요한 세제 지원, 재정 지출 등에 관한 입법 조치를 신속하게 해결해줘야 한다"며 "두 야당이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20대 국회는 3당 체제로 꾸려지기 때문에 국민의당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이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과반을 새누리당이 가져갈 수도,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각 정치 세력이 효과적인 구조조정 방법론을 제안하고 논의해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거시적 구조개혁은 큰 틀에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각론이 중요한 만큼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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