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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경제위기 극복 카드로 '신산업·구조조정' 내민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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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투자·구조조정 통해 저성장 돌파”

취임 100일을 맞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 돌파구로 산업구조 개혁과 구조조정 카드를 빼들었다. 4대 구조개혁에 산업구조 개편을 추가해 기업들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2%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려면 통화·재정정책을 이용한 경기부양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일 “신산업투자와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 경제에 돌파구를 연다는 각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부총리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박근혜정부 집권 후반부에 16년만의 여소야대 정국까지 조성돼 기존의 4대 개혁 마무리도 벅찬 상황에서 새 개혁과제의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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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경제운용과 산업구조개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는 올해 3.1%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 대다수 민간 연구기관들은 2%대 성장률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저성장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하락세로 돌아선 뒤 반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성장을 견인해 온 설비투자는 절벽에 부딪혔다. 자칫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단기 부양책으로 일관하면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마저 훼손될 수 있는 구조다. 유 부총리는 “IMF가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것도 설비투자 부진을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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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업 등 신산업이 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은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한계에 달한 우리 산업구조의 문제도 작용했다. 반도체와 가전,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들이 중국의 추격이나 공급과잉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 구조개혁을 위해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한계기업 구조조정이다. 유 부총리는 “기업 구조조정을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국민경제 영향이 큰 업종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취약업종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 원칙을 세우면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민간 부문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 지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유 부총리는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도 했다. 산업은행에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과 동시에 정부는 IoT,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등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세제·금융지원 방안을 만들어 산업구조를 바꿔놓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비스업과 제조업 간 차별을 해소해 유망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재정을 보강하거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통해 확장하더라도 경기 부양보다는 기업 구조조정과 신산업 지원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유일호 경제팀’이 산업구조 개혁의 기치를 내걸면서 내수확충에 주력하던 ‘초이노믹스’와 차별화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정부가 이날 야심 차게 내놓은 신산업 전략은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큰 것들이다. 게다가 정부가 선택과 집중 대상으로 보고 있는 IoT와 자율주행차, 드론, 빅데이터 등 신산업분야는 이미 미국과 일본이 선점한 시장이어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도 버겁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 역시 정책수단이나 시한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시장의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규모 실직이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정치권에서 순순히 수용할 리 없다는 점도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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