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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구조조정 대상기업은 날로 느는데…부실기업 정리는‘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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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총 93개사 전년비 66%증가

정리대상 28곳 중 11곳만 완료



국내 7개 은행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60% 넘게 급증했지만, 구조조정 노력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7대 은행의 신용위험평가대상 기업(작년말기준)은 1770개로, 전년대비 34% 증가했지만 이중 정상(A)인 기업은 3.8% 증가에 그쳤다.

정리대상 기업도 같은 기간 17개에서 28개로 늘었지만 정리가 완료된 기업은 10개 중 4개가 채 되지 않았다. 구조조정 속도는 2014년보다도 늦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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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구조조정 대상기업 더 늘었다=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KDB산업ㆍ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ㆍNH농협ㆍIBK기업 등 국내 7개 은행의 구조조정 대상기업은 총 93개사(중복포함)로, 전년(56개사)대비 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자율적을 실시한 상시 세부평가 결과다.

우선 평가를 받는 기업 수 자체가 크게 늘었다. 2014년 총 1322개사(중복포함)였던 평가대상 기업은 1년새 1770개사로 448개사(33.9%)증가했다.

은행의 기업신용위험평가 기준은 A등급(정상), B등급(부실 징후가 큰 기업), C등급(부실징후가 있지만 정상화 가능성이 큰 기업), D등급(경영정상화 가능성 없는 기업으로 법정관리 대상)으로 나뉜다.

평가결과 정상인 A 기업의 비중은 10%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2014년엔 48.1%(636개사)였지만 지난해는 37.3%(660개사)로 줄었다.

반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C와 D등급의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4.2%(56개사)에서 5.3%(93개사)로 증가했다.

구조조정 대상은 아니지만 감시에 들어간 기업 비중도 47.7%(630개사)에서 57.5%(1017개사)로 10% 포인트 늘었다.

실제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지난해말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총여신액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80%로, 2010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기업 신규 부실채권 규모도 23조4000억원으로, 전체 부실채권(26조5000억원)의 88%를 차지했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해 기업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가장 많은 은행은 우리ㆍKEB하나은행이었다.

각각 21개사를 보유했다. 이어 ▷KDB산업ㆍKB국민(각 18개사)▷NH농협(9개사)▷신한ㆍIBK기업(각 3개사) 은행 순이었다.

1년새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가장 많이 늘어난 은행은 KEB하나은행(13개)이었다.

그 뒤로▷ KDB산업(12개)▷우리(10개)▷NH농협(3개)▷KB국민(2개) 순으로 늘었다. 반대로 IBK기업(-2개)과 신한(-1개)은행은 감소했다.

▶가망없는 기업 정리는 ‘하세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늘었지만, 은행들의 구조조정 노력은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D등급의 경우 회생절차(구 법정관리) 또는 청산 등 공적 구조조정 및 처분을 통해 매각 또는 퇴출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D등급 기업에 대한 처리는 부진했다. 지난해 7개 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정리대상 기업은 총 28개사로 정리가 완료(매각, 상각, ABS매각, 여신완불)된 곳은 11개사(39.3%)에 불과했다. 이는 2014년(55%)에 비해서도 처리속도가 늦춰진 것이다.

법원 앞 회생절차폐지ㆍ종결 등을 신청한 곳이 11개사(39.3%)였고 담보물경매 등 매각이 추진 중인 곳이 1개사였다. 계속사업 진행이나 회생 등 생존하게 된 기업도 5개사(17.9%)나 됐다.

C등급 기업에 대한 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대출기업이 워크아웃을 선언할 경우 직원 핵심성과지표(KPI)에서 불이익이 불가피해 은행이 워크아웃 미개시 기업에 대출금 상환 유예, 대환대출 집행 등으로 관대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결정돼도 그마저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 방식을 놓고 채권단 간 이견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부실기업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2만7995개 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 비중이 2009년 8.2%(1851개)에서 2014년 10.6%(2561개)로 상승했다.

10곳 중 1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금융부실로 전이위험…무디스 한국 은행권 전망 ‘부정적’ 하향= 저금리 기조에서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늘면서 부실기업 문제는 이미 금융부실로 전이되고 있다.

실제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뚜렷하게 악화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13.99%였던 국내은행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지난해말 13.92%로 석 달 만에 0.07%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의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BIS 자기본자본비율도 11.37%로 3개월 전보다 0.18%포인트 하락했고, 보통주자본비율은 10.84%로 0.19%포인트 떨어졌다.결국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8일 우리나라 은행권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향후 12~18개월)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거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산업에 대한 위험 노출 규모가 큰 은행들의 자산의 질과 수익성이 압박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의 주문도 강해지고 있다.

지난 17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데 이어, 18일에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달라”며 은행들을 압박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장기화되고, 세계적인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은행 수익률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당장 은행의 건전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못한 채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혜진 기자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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