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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대구선 朴대통령이 약자… 방문 효과, 비판 여론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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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총선자문단 민심 탐방] 윤종빈, 류재성, 하세헌 교수와 대구 르포

“대구선 朴대통령이 약자… 방문 효과, 비판 여론보다 컸다”

대구시민, 朴행보에 적극적 해석

봉무공원 길목 포장마차 가보니

“대통령이 미는 이재만을 찍어야지”

“유승민한테 급이 되나” 갑론을박

‘劉=TK 차세대 지도자’ 시각과

‘朴과 척 져선 안 된다’ 평가 상반

“劉 낙천 땐 수도권 등서 역풍” 분석도

한국일보

한국일보 총선자문단인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13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방문 이후의 민심을 취재하고 있다. 대구=서상현기자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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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그림자는 대구에 어떤 모습으로 드리워져 있을까. 13일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본보 민심탐방 팀은 이런 궁금증을 안고 대구로 향했다. 박 대통령이 논란의 대구행을 결행한 지 3일 뒤였다. 과연 ‘진실한 사람들’(진박ㆍ眞朴) 예비후보들에게 유리하게 대구민심이 움직이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KTX가 서울 광명역을 지날 즈음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치외교)는 “(박 대통령이) 유세한 것도 아니고 그리 큰 영향이 있을까요?”라고 했다. 아무리 대구라 해도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구는 대통령의 고향이었다. 대구 민심과 여론은 익히 듣던 그대로였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그를 지지한 현역들이 낙천할 거란 얘기도 널리 퍼져 있었다. 대구에선 류재성 계명대 교수(미국학과), 하세헌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가 민생탐방팀에 합류했다. 대구가 고향인 윤 교수는 서울에서, 서울 출생인 류 교수는 대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하 교수는 대구 토종 교수였다.

대구에서 박 대통령은 약자(弱者)였다

박 대통령은 당시 북구 엑스코의 국제섬유박람회에 이어 동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수성구 대구육상진흥센터를 차례로 찾았다. 민심탐방 팀도 박 대통령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갔다. 먼저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서문시장을 들렀다. 박 대통령의 그간 대구행에서 빠지지 않던 곳이다. 국채보상로를 달려 서울의 명동과 같다는 동성로에 다다랐을 때 개인택시 기사가 던진 말은 한마디로 이심전심이었다. “박 대통령이 와 왔겠는교, 말 안 해도 다 안다캅니더 다들.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우리가 도와주자 뭐 이런 얘기들도 하지요, 손님들이.”

서문시장의 중앙통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대통령님 억수로 사랑합니데이’라고 쓰인 빨간 플래카드였다. 순대국을 파는 동그란 철판에 둘러앉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니 머리가 백발인 여주인은 “작년(9월)에 우리 대통령님 오셨을 때 붙여 논 건데 안 떼대요”라고 했다. 그도 박 대통령의 이번 대구 방문을 잘 알고 있었다. 주거지가 중구인 그는 “김희국이가 여기 의원인데 그도 잘 하지. 근데 우리는 무조건 1번이야”라고 말했다. 진박 후보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마했다고 하자 “달성군서 온 그 양반…공천 받으면 당선 되겠지”라고 했다. 양념오뎅과 손만두를 섞어 파는 가판에는 지난해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 사진이 액자로 걸려 있었다. 윤 교수는 “’우리 대통령님’이라며 ‘님’ 자를 붙여 엄지를 세우는 것도 놀랍고,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도 던지지 않았는데 대구 방문 자체에 서민들마저 의미를 두는 게 놀랍다”고 했다. 서울에서 전해 듣던 , 이번에는 달라졌다는 대구민심과는 분명 달랐기 때문이다.

북구 침산네거리와 복현오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말에선 약간 다른 뉘앙스가 풍겼다. 서른 한 살의 젊은 중학교 선생님은 “대통령이 비난을 감수하고도 온 것은 불안한 게 있는 게 아닐까. 티 나게 (진박 후보를) 못 도와주니까”라고 했다. 함께 있던 친구들은 “맞다 맞다. 다들 그카데”라고 맞장구를 쳤다. 다른 친구는 국정원 댓글사건에 연루됐던 인사가 대구에 출마하려는 것에 대해 “‘우리가 호구가? 대구가 호구가?’ 이럽니다”면서 이번에 대구의 자존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유승민 지역구…그래도 박근혜 VS 포스트 박근혜 팽팽

세 교수는 유승민 의원이 지역구인 동구을에서 왕래가 가장 많다는 봉무동 롯데몰과 봉무공원으로 향했다. 아들과 산책을 나온 김모 씨(41)는 “나야 (박 대통령 방문에) 별 관계 없지만서도 사람들은 안 그렇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박풍(朴風)의 영향권에서 대구시민은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말도 나왔다.

봉무공원 길목 포장마차에서도 화제는 정치였다.

“유승민이도 좋고 이재만(전 대구 동구청장)이도 좋은데 마 때가 되면 결정을 해야제.”(40대 남성)

“우리는 뭐래도 박근혜 아인교. 박근혜가 미는 사람을 찍어야지”(여주인)

“그래도 (이 전 청장이) 유승민한테 급(級)이 되나. 우리도 박근혜 다음을 생각해야지”(60대 손님)

“유 의원이 2005년도에 여 왔을 때 누구 땜에 의원 됐노. 그 때 박 대통령이 저기 저짝에도 가고 하면서 된거 아니가. 은혜를 잊으면 안되지”(50대 등산객). 갑론을박이 한창일 때 이 전 청장의 아내가 명함을 쓱 건네고 지나갔다.

류 교수는 “이번에 만난 대구 시민들의 특징이 본인은 (박 대통령 영향력과) 관계없지만 다른 분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혼자 힘으론 어쩔 수 없다는 무기력 같은 것이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도시락을 먹으며 대구를 다녔다는 이야기를 대구시민들이 감동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대구만의 독특한 모습으로 지적했다.

대통령 대구행, 지지층 결집이 비판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

세 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 효과가 향후 공천과 대구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메시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대구시민이 그 행보에 대한 평가와 해석에 적극적인 때문이다. 대구에서 박 대통령의 존재감은 지난 대선 때 못지 않을 정도로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종빈 교수

“강화효과와 개변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구행은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적 다수 세력을 결집시킬 것으로 기대했다고 볼 수 있다. 비판여론보다는 방문효과가 크다고 본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강력 지지층에서 그 효과는 뚜렷하다. 반면 열세 후보의 역전을 바라는, 선거 흐름이 바뀌기를 염원하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홍보하는 태도도 보였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의 대구행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탈을 막는 효과가 있었다.”

류재성 교수

“박 대통령이 우리를 찾아왔다는 정치적 행위 자체를 긍정 평가하는 분들도 많다. 이는 분명한 효과다. 박 대통령이 도시락을 먹으며 대구를 다녔다는 얘기를 정말 감동한 듯 이야기했다.”

하세헌 교수

“새누리당 지지층을 강, 중, 약으로 나눈다면 강 지지층은 진박을 지지한다. 문제는 중약 지지층이 진박을 지지하지 않는데 여론조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분명 중간 지지층에게 ‘내 행보를 알아차려라’고 메시지를 준 것이다. 하지만 진박이든 비박이든 문제는 새누리당 후보라는데 있다.”

한국일보

한국일보 총선자문단인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오른쪽)과 류재성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왼쪽)가 대구에서 하세헌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나 대구 정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서상현기자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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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진박논란은 찻 잔 속 태풍

지난해 말 진박 예비후보인 추경호 전 국무총리실 기획조정실장(달성군 출마), 이재만 전 동구청청장(동구을),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구), 곽상도 전 민정수석(중남구),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동갑),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북갑)이 모여 아침을 먹은 것이 ‘6인의 진박연대’ 논란을 불렀다. 특히 곽 전 수석이 달성군 에서 중남구로 유턴하고, 달성군에 추 전 실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의 퍼즐 맞추기 논란도 일었다. 하지만 세 교수는 대구의 진박-비박 논란이 여야의 싸움이 아니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당장은 논란이 일더라도 공천이 마무리되면 분위기가 예년과 다를 바 없을 것이란 얘기였다.

하세헌 교수

“결국 공천 싸움 아닌가. 여당 후보냐 야당 후보냐가 아니라 이건 여당 내 문제다. 비박이냐 진박이냐는 논쟁이 대구시민들에게 유통되지 않는다.”

윤종빈 교수

“유승민 의원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대구ㆍ경북(TK)의 차세대 지도자감이라 보는 분들이 있고, 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TK를 지배할 수 있는 만큼 유 의원이 박 대통령과 척을 져서는 안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승민 낙천해도 대구에선 미풍 될 것’

세 교수는 유 의원 낙천의 셈법에 대해선 견해가 달랐다. 유 의원을 지지하던 현역 의원들이 모두 물갈이 되거나 엇갈려 공천 받는 경우의 수도 다양했다. 하지만 유 의원이 낙천하면 수도권을 비롯한 여론에 민감한 지역에선 역풍이 불 것이란 데는 견해가 동일했다. 대신 현역 물갈이에 익숙한(?) 대구에서는 반감이 거세게 일어나진 않고 미풍에 그칠 것이라 관측이 우세했다. 유 의원은 낙천 후 세 결집이 가능하겠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도 했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오갔다. 세 교수는 김 전 의원이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수성갑 지역에서 권영진 현 시장을 앞섰다는 통계를 들어 그의 우세를 잠시 점쳤다. 하지만 여론과 선거 결과가 다른 현지 표심을 고려할 때 결국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데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유보’로 돌아섰다.

대화 말미에 한 교수는 “우리들 오늘 얘기가 참 슬프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아무리 우리가 이야기해도 결국 유승민 의원이 왜 공천을 받을 수 없는지에 대한 까닭을 찾지 못하잖아요. 무슨 잘못이라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주방용품을 파는 한 50대 사장은 “먹고 사는게 문제지 정치에는 관심 없심더. 의원 선생들 만나면 ‘너거도 임금피크제 하라’고 좀 전해주소”라고 말했다. 20대 대학생은 “대구 사람들과는 무관한 공천 싸움이 대구의 자존심만 상처 내고 있다”고 했다.

대구=글ㆍ사진 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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