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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국민은 불안하다”…내 정보 어디까지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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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통과 후 국가기관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에 촉각

전문가 "개인정보와 통신정보 수집에 예외없이 영장주의 적용해야"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IT강국이다. 주머니에 동전하나 없이도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음식을 사먹고 영화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아 사회이슈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고, 인간관계의 영역도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어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진다.

대신 금융기록과 위치기록, 사적인 대화에 관한 기록은 포털과 금융회사의 서버에 고스란히 남는다. IT강국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서버'에 오롯이 저장된다. 정보통신과 디지털 디바이스의 발전이 가져온 빛과 그림자다.

수사기관의 '과학수사기법'으로 신속한 범인검거가 이루어지고 미제사건이 줄어들고 있는 한편에서는 '죄 짓지 않은 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기관의 '사찰'에 대한 두려움도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법원은 10일 가입자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네이버는 법적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25일 '패킷감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소송 당사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패킷감청'의 위헌여부를 심리하지 않고 심판종결 선언을 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수사기관이 개인정보와 통신자료 등을 확보해 범죄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국가기관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개인정보, 통신기록 어느선까지 수집되나?

수사기관은 관련법 규정에 따라 범죄수사 등을 목적으로 인터넷 포털과 SNS 메신저 회사로부터 가입자 정보나 메신저를 통한 통신내용을 제공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이 개인의 통신관련 정보를 제공받을수 있도록 하는 근거법률은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이하 전기통신법) 두 가지였다.

국가기관이 개인의 인터넷 등 사용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통비법상 감청과 통신사실, 전기통신법상 통신자료다.

'감청'은 통신내역과 내용을 실시간으로 감시를 하는 것이다. 감청대상이 되면 전화, 이메일, 메신저, SNS 등 유·무선, 광선 및 기타 모든 전자적 방식에 의한 모든 종류의 음향,문언,부호 또는 영상의 송·수신 내역이 수사기관에 의해 실시간 감시된다.

'통신사실'은 가입자의 전기통신일시, 전기통신 개시·종료시간. 착·발신 통신번호, 통신 상대방의 가입자번호, 사용도수(빈도), 인터넷의 로그기록 자료, 위치추적자료, 인터넷 사용을 위해 접속한 접속지 추적자료 등을 말한다.

'회피연아'사건과 관련해 종로경찰서장이 네이버에 요청했던 '통신자료'는 이용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사용 ID,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의 정보를 말한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하 테러방지법) 9조(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정보수집)는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해 출입국, 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정보. 유전자정보, 위치정보 등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정보분석원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테러위험인물’ 조사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국정원에 특정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고 11일 밝혔다.

물론 모든 정보는 수사대상자가 범죄나 국가안전보장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때에만 수집된다. 현행법상은 그렇다.

◇ 죄 짓지 않은 사람도 '민간인 사찰' 스트레스

법은 범죄자나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될 만한 사람의 통신정보와 신원정보 등의 개인정보를 국가기관이 수집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은 국가권력의 '사찰'을 두려워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불안감이 '공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우리 현대사의 궤적에 남아있는 '공권력 남용'과 '죄형전단주의'의 기록이 국민들에게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갖게 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원인으로 법규정의 모호함을 지목했다. 통비법이 정하고 있는 ‘감청요건’은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했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등으로 정해져 있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불안 그리고 법문의 모호함 때문에 죄를 짓지 않았고, 죄를 지을 생각도 없는 일반국민들도 사찰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은 경찰이 2014년 5월 세월호 추모 침묵시위인 '가만히 있으라'를 제안한 대학생 용혜인씨(26)에 대한 카카오톡 메신저 압수수색을 한 것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검찰과 경찰은 용씨가 2014년 5월18일 열린 '세월호참사 추모 침묵행진'을 기획한 부분을 문제삼아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용씨의 ‘카톡’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누군가의 눈에 용씨는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을 몰고올 인물로 보일 수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치적 표현'을 한 것에 불과한 인물로 보일 수도 있다.

객관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법을 집행·적용하는 ‘공권력’의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다는 우려는 시민들에게도 사찰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오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

◇ 개인정보·통신정보 관련법 정비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국가기관이 국민들의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할 우려와 국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국민에 대한 개인정보와 통신정보 수집에 예외없이 '영장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헌법학자는 "'통신비밀'이라는 기본권 강화의 관점에서 영장주의가 적용되도록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장'의 수준을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로, 압수·수색·체포를 위해 발부받는 영장보다는 완화된 영장주의를 적용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들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법이 체계없이 여러 법에 흩어져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법학자는 "범죄수사나 국가안보를 위해 개인정보나 통신기록·내역 등을 수집하는 법이 통비법, 전기통신법, 테러방지법 등에 계통 없이 흩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식적으로는 법을 일원화해 국민들이 알기 쉽게 하고 내용적으로 정밀하고 촘촘하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내용적으로는 개인정보와 통신기록·내역 등을 국가기관이 가져갈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설정해 국민들의 사생활의 자유, 통신비밀의 자유 등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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