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박형철 검사 결국 사표…'국정원 댓글수사팀' 후 한직만 맴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수연 변호사 "선거법 타의 추종 불허…가장 유능한 검사 옷 벗었다"

뉴스1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News1 이광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홍우람 기자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가 검찰 지휘부와 마찰을 빚어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았던 박형철(48·사법연수원 25기) 부장검사가 사표를 결국 제출했다.

박 부장은 국정원 특별수사팀을 떠난 뒤에도 현재까지 원세훈(65)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아 왔다. 그의 공백으로 원 전 원장 공소유지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부장은 지난 6일 대전고검 검사에서 부산고검 검사로 전보 발령을 받자 이튿날인 7일 사표를 제출했다. 박 부장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로 이날은 정상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에서는 부장급 검사를 수사권이 없는 지방 고검에 맴돌게 하는 것은 사실상 조직을 떠나라는 뜻으로 읽힌다.

박 부장은 대검찰청 공안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을 지낸 '공안통' 검사로 꼽힌다. 2013년 4월 국정원 특별수사팀에 부팀장으로 합류했다. 대검 중수1·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맡은 '특수통' 윤석열(56·연수원 23기) 당시 여주지청장이 팀장을 맡았다.

검찰 안에서 '에이스'로 꼽히는 두 사람이 팀장과 부팀장을 맡았지만 수사팀은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와 수사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수사팀은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려했지만 법무부와 갈등을 빚어 2013년 6월 그를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윤 전 팀장과 박 부장은 같은해 10월 윗선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 체포와 압수수색에 나서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윤 전 팀장은 팀장 직무에서 배제됐고, 검찰은 지시불이행 이유로 윤 전 팀장에게 정직 1개월, 박 부장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윤 전 팀장은 같은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징계에 이어 이듬해 1월 문책성 인사 발령을 받았다. 윤 전 팀장은 대구고검 검사, 박 부장은 대전고검 검사로 옮겨갔다. 법무부는 지난 6일 인사에서 윤 전 팀장을 다시 대전고검으로, 박 부장을 부산고검으로 전보 발령했다.

통상 기관장 추천을 받거나 업무 실적의 우수하면 지청장, 일선 부장, 서울고검 등으로 발탁한다는 게 법무부의 지방 고검 근무 인사의 원칙이다. 윤 전 팀장과 박 부장은 이 같은 인사 대상에 오르지 못하면서 3년째 수사 일선에서 배제된 것이다.

특히 박 부장은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계속 원 전 원장 공소유지를 맡아왔다. 원 전 원장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에서는 재판부가 원 전 원장에게 유리한 방향의 발언들을 내놓자 이에 항의해 법정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박 부장과 함께 원주지청에 근무했던 조수연(49·28기) 변호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조직내에서 누구도 그를 싫어하지 않았고, 그의 능력에는 아무도 의심을 품지 않았다"며 "선거법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박 부장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능력이 있었기에 국정원 댓글 수사팀의 부팀장으로 차출됐고, 2년 선배 윤석열 팀장과 호흡을 맞추면서 항상 하던대로 열심히 수사를 했을 것이다"라고 썼다.

조 변호사는 "그런데 그에게는 이것이 오히려 '족쇄'가 됐다"며 "수사를 버벅거리며 대충 뭉갰어야 했는데, 면도칼처럼 수사를 너무 열심히 잘했다. 너무 잘나가서 정을 맞게 되었다"고 풀이했다.

이어 "(박 부장에 대한 인사는)현 정부에서는 더 이상 신원회복을 시키지 않겠다는 싸인이 나온 것"이라며 "가장 유능한 검사가 옷을 벗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전 팀장 대신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이정회(50·23기) 당시 수원지검 형사1부장은 수원지검 2차장을 거쳐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임명됐다.
hong87@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