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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안철수-문재인, 대선부터 '불신 씨앗'…악연의 3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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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단일화 때도 제안·역제안 '핑퐁 게임'

새정치서 '불편한 동거' 당 혁신·지도체제 갈등

뉴스1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을 선언한 후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이날 새벽 안 의원 탈당을 만류하기위해 서울 상계동 안 의원 자택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문재인 대표. 2015.12.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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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13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18대 대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치적 인연을 이어온 문재인 대표와 끝내 결별했다.

20대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당 혁신과 지도체제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어온 두 사람 사이에서는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부터 불신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당시에도 두 사람은 단일화 룰을 놓고 서로에게 제안과 역제안을 하며 '핑퐁 게임'을 했다.

문 후보는 "단일화의 가장 좋은 방법은 안 후보가 민주당에 들어와 단일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안 후보는 "진짜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잘 헤아렸으면 좋겠다"며 거부하는 등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혔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방식 등을 놓고 양측간 단일화 협상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그러다가 안 전 대표가 2012년 11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을 선언한다"며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직후 문 후보는 12월 안 전 대표의 집을 찾았지만 그가 집에 없어 발길을 돌려야했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 이전 두 사람간 관계는 매우 좋았다. 민주당 경선 당시 당안팎에서는 "그래도 권력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돼야 후보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고 나머지 인사가 후보로 될 경우 후보단일화는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안 전 대표도 문 후보를 매우 우호적으로 여겼다.

대선 이후엔 단일화 과정의 비사를 두고 두 사람간의 불화가 불거졌다.

2013년 10월에는 홍영표 의원이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등의 뒷이야기를 담은 책 '비망록-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패배의 진설'의 내용을 놓고 양측의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문 후보 측 상황실장을 맡았던 홍 의원은 안 전 대표가 후보직 사퇴 전날 문 후보를 만나 "후보직을 양보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 측은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발언한 게 맞다고 반박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간 불신은 더욱 증폭됐다.

안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면서부터는 문 대표와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안 전대표는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크게 지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직후 안 전 대표는 사석에서 "대표에 취임한 직후부터 대표 흔들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친노측에 대한 서운한 감정인 것이다.

올해 2월 문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직에 취임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참패로 당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5월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의 혁신위원장 제의를 거부했다. 다만 7월 국정원 해킹 의혹을 파헤치는 당의 진상조사위원장직은 수락하면서 화해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안 전 대표의 최대 관심사는 당 혁신이었다. 하지만 혁신의 방식은 달랐다.

문 대표는 김상곤 혁신위를 통한 혁신을 선택했다. 이에 안 전대표는 9월 초 출범한 혁신위원회를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혁신위와 별개로 자신의 혁신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지도체제를 놓고 시작된 갈등은 결국 두 사람이 등을 지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지난달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문안박 연대'(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를 제안했고, 안 전 대표는 혁신 전당대회 개최를 역제안했다.

이에 문 대표는 "혁신위의 혁신조차 거부하면서 혁신을 말하는 것은 혁신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혁신 전당대회를 거부, 안 전 대표는 이달 초 문 대표가 재고해줄 것을 요청하고는 칩거에 들어갔다.

그러자 문 대표는 안 전 대표 제안의 10대 혁신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안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면서도, "총선을 앞두고 분열의 전당대회 선택은 어렵다"며 재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이 거론되자 전날(12일) 당 내에서는 이를 막기 위한 긴급 의원총회가 열렸다. 같은 날 밤 문 대표가 안 전대표의 자택을 찾아 대화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탈당을 결심한 안 전 대표는 13일 "새정치연합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pej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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