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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서울시공무원 간첩 증거조작'…유우성 무죄·국정원 직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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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두 사건 모두 원심 확정…"항소심 판단에 잘못 없다"

합신센터 조사 불법성도 지적…증거조작 '윗선'은 실형 면해

법무부, "강제퇴거 절차 논의 들어가겠다"…형사재판도 진행중

뉴스1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5.10.29/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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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지난해 초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사상 초유의 '국가정보원 증거조작' 사태가 29일 모두 일단락됐다.

이날 대법원은 모해증거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모두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다만 수사 윗선인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권모(51·4급) 과장과 이모(55·3급) 처장에 대해서는 실형 대신 선고유예, 벌금형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국정원의 '조작증거' 때문에 간첩 혐의로 기소됐던 유우성(35)씨 역시 이날 무죄를 확정받았다.

다만 법무부는 유씨에 대한 추방 절차를 밟을 것을 예고하면서 또다른 불씨의 여지를 남겼다.

◇유우성씨, 간첩 기소에서 '무죄' 확정까지

이 사건은 2013년 1월 "북한이탈주민 출신 서울시 공무원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령에 따라 자신이 관리하는 탈북자 명단과 동향 등 관련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같은해 2월 곧바로 유씨를 기소했고 유씨는 1심 재판 내내 "간첩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 1심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이 유씨 여동생을 불법으로 감금해 조사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유씨가 받은 혐의 중 간첩·특수잠입 탈출·편의제공 등 유씨의 모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중국국적을 은폐하고 자신의 신분을 북한 공민권자인 것처럼 가장해 8500여만원의 불법지원금을 받은 혐의(사기·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여만원 등을 선고했다.

국정원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은 항소심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중인 지난해 2월이다.

검찰은 유씨의 간첩 혐의를 다시 입증하기 위해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로 된 유씨 출입경기록과 발급사실 확인서,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 등 문건 3건을 추가로 제출했다.

그런데 주한중국대사관 영사부는 이 문건 3건이 위조됐다는 사실조회 회신을 보냈고 국가기관인 국정원의 증거조작 의혹 사건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결국 유씨는 항소심 재판에서도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증거들을 검찰 측이 철회하면서 간첩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거의 남지 않은 것이다.

또 유력한 증거였던 유씨 여동생의 진술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계속된 사실상 구금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며 역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결국 29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유씨는 이날 선고를 듣고 나오면서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검찰의 보복수사가 두렵다, 하루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며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사과 한 마디를 듣지 못했다, 진심어린 사과를 듣고 싶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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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4월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서류 조작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14.04.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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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들은 유죄 확정…김 과장·협조자만 '실형'

이날 대법원은 유씨 증거조작 사건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도 유죄를 확정했다.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김모(49) 과장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반면 '수사 윗선'인 권 과장, 이 처장에 대해서는 실형 대신 벌금 7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또 증거조작에 가담한 이인철(49) 주선양(瀋陽)총영사관 영사 등에 대해서도 역시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김 과장은 증거조작 의혹이 터지고 1달 뒤인 지난해 3월 31일 조선족 협조자 김모(62)씨와 함께 구속기소됐다.

두 사람은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사무소) 명의의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일사적답복)', 범죄신고서의 일종인 '거보재료' 등을 위조한 혐의를 받았다.

또 같은해 4월14일에는 이 처장과 이 영사도 불구속기소됐다.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이 억울하다"며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기도했던 권 과장 역시 기소를 피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자살기도 후 건강상태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시한부 기소중지했던 권 과장을 같은해 7월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김 과장에게 징역 2년6월, 이 처장에게 징역 1년6월 등을 선고했다. 권 과장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이 영사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처장, 김 과장, 조선족 협조자 등에 대해서는 형을 가중하면서도 '수사 지휘라인'이었던 권 과장 등에 대해서는 "공문서를 위조한 것이지 형사 증거를 위조한 것이 아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선고를 유예했다.

조선족 협조자 2명에게는 1심과 달리 형이 가중되면서 당시 이 판결을 두고 "실무진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지휘 라인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하지만 이 판결은 29일 결국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무부 "추방 절차 검토 예정"…유씨, 대북송금사건 재판도 진행중

그런데 두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 법무부는 유씨에 대한 추방 절차에 들어갈 것을 예고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에 대해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법률상으로 강제 퇴거 대상이 된다.

또 한국인과 결혼했다는 사유만으로 퇴거 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는다. 앞서 유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의 변호를 맡아준 민변 변호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률상 유씨가 강제 퇴거 대상이 되는 이상 관련 절차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씨 변호인은 "현재 다른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추방은 어려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중국 정부는 유씨에 대해 중국 국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법무부의 태도에 따르면 유씨는 실질적으로 무국적자가 되는데, 무국적자에 대해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체류 자격이 부여되는 만큼 추방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씨는 북한이탈주민들의 대북송금을 주선해 수십억원을 북한에 보낸 혐의 등으로 재차 기소돼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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