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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강력성토 나선 새누리… 전선확대 나선 새정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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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野 떼로 몰려가… 화적떼냐” 野 “5공 안기부 대책회의 생각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의원들이 25일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태스크포스(TF) 사무실을 기습방문한 것은 2012년 대선 개입 댓글 사태를 촉발한 ‘국정원 여직원 감금’과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12월11일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문재인 대선 후보에 대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온라인 낙선운동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씨의 오피스텔로 찾아가 컴퓨터 제출을 요구했다. 김씨가 불응하자 민주당 측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틀 뒤인 12월13일까지 오피스텔 앞을 지켰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야당이 김씨를 감금했다고 공격해 논란이 일었다. 이번엔 국정화 추진 전담팀인 TF 관계자들이 사무실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야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고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의원들과 밤 12시를 넘겨 26일 새벽까지 5시간 넘게 대치했다.

세계일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청원 최고위원. 남정탁 기자


새누리당은 26일 야당 의원들이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태스크포스(TF) 사무실에 몰려가 대치를 벌인 것과 관련해 ‘화적 떼’, ‘난신적자(亂臣賊子·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와 어버이를 해치는 자식)’ 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강력 성토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2012년 국가정보원 여직원 감금 사건’에 비유하며 정부 측에 강력한 법적 조치를 공식 요구했다.

세계일보

김무성·문재인 여수서 ‘깜짝 조우’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6일 오후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총회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강연자로 참석했다가 조우하는 과정에서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문 대표(첫번째 사진 가운데)가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다가가려다가 수행원들에게 가로막혀 돌아섰지만, 김 대표(두번째 사진 왼쪽)가 떠나려는 문 대표 차량으로 찾아가 오해를 푼뒤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마지막 사진) 여수=연합뉴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일(역사교과서 국정화)을 위해 당연히 구성될 수밖에 없는 교육부 TF 근무 현장에 국회의원들이 들이닥쳐 공무원들을 감금하고 못 나오게 하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범죄집단 대하듯 한밤에 떼로 몰려가 어이없고 황당한 구태를 보이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친박근혜)계 서청원 최고위원은 “야당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맹비난하며 “외부에 노출시킨 일종의 세작과 같은 공무원도 찾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일보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야당 의원들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김 대표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검인정 교과서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잘못된 교육을 받아 청년들 입에서 회자하는 말이 ‘헬 조선’(지옥과 조선의 합성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후 전남 여수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현장 확인 시도를 ‘못난 짓’으로 규정하며 “국회에서 빗발치게 요구하는 각종 자료를 빨리 만들어 보내기 위해 (교육부가) TF를 구성했는데 그것을 잘못됐다면서 적발했다는 것은 참 잘못된 일”이라고 성토했다.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국회에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홍보전에 뛰어들었다. 최근 여론이 불리해진 국정화 추진을 위해 친박계가 대대적인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권 교수는 “국정화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올바르게 돌리는 것”이라며 “검인정제 교육이 지속되면 청년 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민중혁명의 땔감밖에 못 된다”고 주장했다. 김태흠 의원은 “교육부가 첫 대응을 잘못했으니 장관을 갈아 치워야 한다”며 황우여 사회부총리 경질을 요구했다. 당내에서 황 부총리 책임론이 공개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 의원들의 국정화 반대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는 그다음 문제”라고 반박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

세계일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가 26일 오후 전남 여수시 학동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에 참석해 당원들과 함께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여수=연합뉴스


野 “5공 안기부 대책회의 생각나”


새정치민주연합은 26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청와대의 국정교과서 비밀 TF(태스크포스) 운영 파문으로 확산되자 종일 술렁였다. 지도부가 여론전을 계속하는 가운데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TF 사무실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 앞을 지키다 철수하고 상임위 개최를 요구키로 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전남 여수에서 개최된 전국시장·군수·구청장총회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의 감금 주장에 “국정원 불법 댓글사건에 대해 한 마디 반성도 없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온당한가”라며 “그런 비밀조직이 적발됐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밀 TF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의혹이 나온 게 아니라 확인됐죠”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안중근 의사 106주기를 맞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이 대통령의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바라는 것은 선전포고가 아니라 국정화 포기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교육부의 TF 운영과 관련해 “정부조직법상 설치 근거가 박약하다”며 “제5공화국 시절의 안기부 대책회의를 떠올리게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세계일보

야당 소속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위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 앞에서 교육부가 운영 중이라고 주장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날 심야까지 TF 사무실 앞을 지킨 야당 교문위원들은 이날 현장에서 이틀째 대치하다가 오후 철수했다. 야당 의원들은 대신 국회 교문위와 운영위 등의 소집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철수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비밀작업팀을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야당 의원들이 이날 오전 TF 사무실 앞에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하던 도중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들이 몰려든 뒤 욕설을 퍼부어 경찰이 제지하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야당 의원들이 오후 철수하려 할 때에도 이들 회원이 건물 앞 도로 한가운데에 의자를 놓고 막아서는 바람에 야당 의원들이 한때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운영위와 교문위 개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야당 단독으로라도 소집하고 27일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정연설 직전에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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