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인도 뭄바이에서 수딘드라 쿨카르니(왼쪽) ORF 의장이 얼굴에 먹물을 뒤집어 쓴 채 쿠르시드 마흐무드 카수리 파키스탄 전 외교장관과 그의 책 출간행사를 진행하고 있다.(AFP=연합뉴스) |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 극우주의 정당원들이 파키스탄 전직 외교장관의 책을 자국에서 출간하는 데 항의해 출간 행사를 기획한 인사의 얼굴에 검은 잉크를 끼얹어 파문이 인다.
이 기획자는 자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현실을 보여주고자 얼굴에 먹물을 덮어쓴 채로 출간 행사를 진행했고 그의 모습이 현지 신문 1면에 보도되면서 인도 내 극우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13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칼럼니스트이자 인도 싱크탱크 ORF 의장인 수딘드라 쿨카르니는 전날 뭄바이에서 전직 파키스탄 외교장관인 쿠르시드 마흐무드 카수리가 쓴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니다: 내부자의 파키스탄 외교정책 해설' 출간행사를 위해 집을 나서다 극우 정당 시브세나 당원들의 먹물 세례를 받았다.
쿨카르니는 "집에서 나오는데 15명 정도의 시브세나 당원들이 차를 세우고 나오라고 하더니 내게 '반민족적'이라며 얼굴에 먹물을 끼얹었다"면서 "이는 민주주의와 인도 문화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힌두민족주의와 '반(反) 파키스탄'을 내세운 시브세나는 뭄바이가 있는 서부 마하라슈트라 주 정부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주 파키스탄 전통 가수 물람 알리의 뭄바이 공연도 항의 시위를 통해 무산시킨 바 있다.
이들의 잇단 극우적 행태에 정치권과 시민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BJP의 원로인 L.K.아드바니 전 부총리는 "최근들어 내가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나 견해에 대해서는 폭력을 쓰거나 무자비한 행위를 해도 된다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누구라도 이 같이 행동하는 이는 강하게 비난받아야 한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배우 나시루딘 샤는 "파키스탄을 여러번 방문했지만 공연이 방해받은 적은 없었다"면서 "내가 받은 환대와 사랑을 파키스탄의 작가에게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JP 소속의 다벤드라 파드나비스 마하라슈트라 주총리는 시브세나의 이번 행동이 주의 명예를 해쳤다면서 연정을 깰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인도 NDTV는 전했다.
하지만 시브세나는 먹물 테러에 대해 '비폭력적 항의 수단'이라고 강변했다.
산자이 라우트 시브세나 대변인은 "쿨카르니의 얼굴에 뿌린 것은 먹물이 아니라 (파키스탄과 전쟁에서 숨진) 우리 군인들의 피"라며 "파키스탄이 테러 지원을 중단할 때까지 파키스탄인과 관련된 모든 행사에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먹물 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시브세나 당원 6명을 체포해 조사했지만 구속하지는 않았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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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인도 뭄바이에서 수딘드라 쿨카르니가 시브세나 당원들의 '먹물 테러'로 얼굴에 잉크를 뒤집어썼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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