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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대법 판결취지와 전혀 다른 재판"… 檢 '원세훈 재판'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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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할 게 많다, 몰라서 그런다" 강행…원 전 원장 측은 '환영'

뉴스1

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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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 대선개입 사건 재판에서 재판 진행 방법을 놓고 검찰 측과 재판부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재판부가 검찰 주장의 문구 하나하나까지 문제를 제기하자 검찰 측은 재판준비절차에서 판단할 부분이 아니라거나 대법원 판결 취지와는 상관없는 심리라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검찰 측의 반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재판을 강행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심리로 2일 진행된 원 전 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은 "준비절차를 넘어서 본안심리까지 하고 있다"며 재판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심리를 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주장할 내용이나 신청할 증거, 증인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혐의 유무를 직접 다루는 정식 재판기일과는 다른 절차다.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들어 향후 재판 일정을 정하게 된다.

그런데 재판부는 지난 9월18일 열린 첫번째 공판준비기일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공소장 문구 하나하나,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댓글 하나하나마다 문제를 제기했다. 또 국정원 직원의 개별 행위 하나하나를 제시하면서 "이 행위에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어) 원 전 원장을 공범이라고 볼 수 있느냐"를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와는 전혀 다른 부분에 대해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앞서 대법원은 유죄의 증거로 인정된 일부 자료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국정원법, 공직선거법 위반 대상이 되는 댓글의 범위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즉 이런 쟁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재판부가 원 전 원장에 대해 공범이 성립할 수 있느냐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의만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검찰 측의 지적이다.

또 "준비절차를 넘어서 본안심리까지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준비기일에 법정에서 일문일답 식으로 검찰을 다그치는 게 준비절차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불법행위 규모를 먼저 정한 다음 국정원 업무시스템을 고려해 원 전 원장이 공범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 측은 재판부가 지적한 문제들이 지난 2년간 재판에서 이미 충분히 심리가 이뤄진 부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 측은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이미 수십차례 의견을 개진했고 앞선 재판부들이 상세히 판단했다"며 "앞선 논의에도 불구하고 다뤄져야 할 쟁점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재판에서 성실하게 답변을 드리겠지만 준비절차에서 얘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며 이런 검찰 측의 지적을 무시하고 "갑시다"며 재판을 계속 강행했다.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검찰 측에 대해 "지난 공판에 안 나와서 모르시는 거다", "지난 공판 조서를 읽기는 읽으셨나"라며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몇 차례에 걸친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의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이 없이 재판이 강행되자 검찰 측은 "재판부가 묻고자 하는 것을 미리 주시면 다음 기일에 대답하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가 읽어주고 있다"며 재판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만 계속해서 밝혔다.

재판이 원 전 원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면서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오히려 재판 진행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재판부는 지금 핵심을 지적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소송지휘권이 있는데 (검찰 측은) 대체 왜 이러느냐"고 오히려 검찰 측을 비난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각종 선거과정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동원해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댓글을 달게 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을 175개로 판단했다. 원 전 원장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트위터·댓글 활동'이 특정 정책에 대해 지지·반대하는 정치관여 활동에는 해당하지만 선거운동은 아니라고 보고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은 716개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원 전 원장에게 징역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시큐리티 파일'과 '425 지논 파일'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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