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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미 북한전문가 존 메릴 인터뷰 “박 대통령, <삼세번: 세월호·메르스·남북 합의> 만에 행운 잡아 … ‘합의’ 후 행보 빨리해야 기회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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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한전문가 존 메릴 인터뷰 “박 대통령, <삼세번: 세월호·메르스·남북 합의> 만에 행운 잡아 ‘합의’ 후 행보 빨리해야 기회 살려”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동북아담당 국장(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한 간의 합의로 ‘삼세번의 행운’을 얻었다며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빠른 속도로 남북관계 회복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면, 지난 5일 통화로 진행된 메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객원연구원과의 인터뷰를 요약했다.

경향신문

- 남북한의 최근 합의에 대해.

“박 대통령의 세월호 사건 대응은 재앙이었고 메르스 대응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괜찮은 편이었다. 이제 새로운 유형의 남북관계로 나갈 기회가 생겼다.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다. 합의의 동력을 살려나가기 위해 행보를 좀 빨리할 필요가 있다. 오는 10월10일에 십중팔구 무슨 일이 있을 것인지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 북한이 위성 발사를 할 것으로 보나.

“이번 합의가 있기 전에는 김정은이 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이 외부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뭔가를 얻어내려면 발사를 연기할 수도 있다. 김정은이 이번 합의를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이 놀랍다.”

- 2012년 북·미 간의 2·29 합의 때에도 북한의 위성 발사로 합의가 깨졌다.

“여전히 쏠 가능성이 50% 이상이다. 하지만 상황이 좀 다르다. 2·29 합의는 김정일이 죽기 전에 만든 합의였다. 김정은은 부친 사후 겨우 몇 달간 이 합의를 관장했을 뿐이다. 김정은은 합의 당시에 체제를 충분히 장악하지 못했다. 이후 군부 숙청을 계속한 결과 군부 통제력이 공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남측과 진전을 이루면 김정은이 그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위성 발사를 연기할 가능성을 상정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남측이 급제동을 밟아버리면 북한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위성 발사는 물론 핵실험까지 해버릴지도 모른다.”

- 박 대통령이 중국에 다녀온 것이 북한을 더 고립시킨 것 같은데.

“최룡해는 박근혜와 같은 지위가 아니기에 중국의 대접을 비교하는 것이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북한을 압박하는 전술이 역풍을 낳으리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자체가 거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북한을 포함해 여러 청자(audience)들의 반응을 늘 고려할 필요가 있다.”

- 한국 정부는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중국의 대북정책 협조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미국에 설명했는데.

“중국은 박근혜를 환대함으로써 북한에 신호를 보냈지만,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중관계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 박 대통령의 통일정책이 붕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보나.

“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지지자였다. 솔직히 말해 (붕괴론에 기반을 둔) 드레스덴 선언의 지지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의 보수적 기반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기가 절반 지났고 통일정책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할 것이다. 이제 그것을 할 때다. 북한 체제 붕괴를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문제가 한꺼번에 정리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그런데 누가 핵무장국이 붕괴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누군가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무기를 쏠 유일한 시나리오는 체제 붕괴다. 김정은이 성급하고 충동적이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굳이 그를 자극해 긴장을 만들어야겠는가. 우리가 할 일은 이산가족 상봉을 넘어 금강산관광 재개 등 경제적 교류를 독려하는 것이다.”

-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고 남북 경협이 진전되면 미국이 제동을 걸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유엔 제재는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맞춤형 제재다. 관광, 그것도 긴장 완화 효과가 있는 곳에서 정직하게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이라면 제재 대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관광객 안전이 보장되고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지 않는 한 그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 존 메릴은= 1980년대 후반 레이건 행정부 때 국무부 정보조사국(INR)에 들어가 동북아담당 국장으로 퇴직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의 비판자이며, 2·29 합의가 북한의 위성 발사로 깨진 뒤에도 미국이 북한과 계속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 정부 내 거의 유일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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