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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단독] 입법조사처 “메르스는 국가 재난 상황이었지만 정부가 ‘정무적’으로 ‘주의’단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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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국가 재난 상황이지만 중앙정부가 ‘정무적’ 판단에 따라 ‘주의’ 단계를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메르스 사태가 심각한데도 정부가 박근혜 정권에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 별 일 아닌 것처럼 대응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6월 메르스 사태의 위기경보단계를 ‘주의-관심-경계-심각’ 중 가장 낮은 ‘주의’에 두고 격상하지 않아 빈축을 산 바 있다.

31일 입법조사처가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사진)에게 제출한 ‘메르스 사태로 본 국민안전처의 기능과 역할 조사 분석’을 보면, 입법조사처는 “메르스는 국가적 재난상황으로 볼 수 있으나 중앙정부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 재난대응상황을‘주의’ 단계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임수경 의원은 “정부가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공식적으로 ‘주의’ 단계를 유지하는 사이 메르스가 전국으로 퍼지고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주의’ 단계를 유지한 것에 맞춰) 국민안전처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역할은 수행하되, 공식적인 기구 형태는 중대본이 아닌 범정부 지원기구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대본은 위기경보단계가 ‘경계’로 높아져야 가동될 수 있는데, ‘주의’에 머물다 보니, 중대본이 가동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정부가 국민안전처와 중대본이라는 재난 대응 시스템을 만들어놓고도 메르스 위기 상황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쓸모 없게 만들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세월호 사고 이후 재난 대응에서 더 나아진 정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향후 중대본이 가동됐을 때를 대비해) 중대본부장을 현행 국민안전처 장관에서 총리로 격상(혹은 지휘교대)하는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안전처 장관이 동등한 위치의 타 부처 장관에게 협조를 요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재난 상황에선 내각을 책임지는 총리가 모든 책임을 지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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