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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메르스 사태가 우리에게 준 4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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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첫 환자 발생이후 전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70일만에 사실상 종식됐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집중관리병원 15곳이 모두 관리해제됐고 23일동안 새로운 환자가 없었으며 27일로 격리자가 모두 해제되는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국민들께서 이제는 안심해도 좋다는 것이 의료계와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황 총리는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는 메르스로 인한 불안감을 모두 떨치고 경제활동 문화·여가활동 학교생활 등 모든 일상생활을 정상화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수습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질병을 앓고 나면 면역력이 생기듯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에서 얻은 4가지 교훈을 정리했다.

첫째, 국가적인 질병사태때 보건조직을 총괄지휘하는 고위급 콘트롤타워를 만들어야한다.

첫 환자 발생이후 8일 동안 콘트롤타워는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이었다. 보건복지부 서열로 따지면 장관, 차관 다음의 실장급인 1급이다. 그는 질본이 있는 오송, 복지부가 있는 세종시, 그리고 서울을 오가면서 보고하느라 바빴다.

5월 28일 방역당국이 쳐놓은 격리망 밖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정부는 복지부 산하에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차리고 장옥주 복지부 차관을 사령탑에 앉혔다. 확진자가 속출하자 6월 2일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대책본부장이 됐다. 정부 차원의 진정한 콘트롤타워는 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한 6월 9일, 최경환 총리대행이 주재한 ‘범정부 메르스 일일 점검회의’가 최초였다. 그제서야 질본, 복지부,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따로 움직이던 체계가 어느정도 일사분란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은 “일선 현장에서도 사소한 일을 결정할 때 소관 부처가 다르고 전문가가 없다보니 중구난방으로 대처했다”며 “콘트롤타워가 없어 우왕좌왕한 게 일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둘째, 사태 대응 조직에 실질적인 전권을 줘야한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일로에 있던 지난 6월 2일, 인천시는 “메르스 환자가 인천에도 발생했다”는 괴담이 SNS를 중심으로 떠돌자 사태 파악에 나섰다. 뒤늦게 타 지역 메르스 환자가 음압병실이 있는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된 사실을 확인했다. 지역내 환자 발생이 아니이서 다행이었지만 시 보건당국은 질본이 관련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데 분개했다.

예산과 인사권도 없이 정규직 160여명과 비정규직 270여명이 전부인 질본이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시에 정부 자원을 동원하고 즉시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대응 조직에 한시적으로 줘야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방역 분야에 있어서는 미국이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 ‘에볼라 차르(Ebola Czar)’를 임명해 42일 만에 퇴치한 사례가 많이 언급됐다. 대응 조직에 정부 조직 동원 뿐만 아니라 회사 폐쇄·학교 휴교·군대 휴가 통제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셋째, 한점의 의혹도 없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해야한다.

복지부는 메르스 사태 초기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B병원과 D병원처럼 기호로 표시했다. 이들 두고 SNS 상에서는 앞글자 영문표현을 한글로 바꿔 ‘병백병모병원’ ‘담덩더울병원’이란 조롱이 유행했다. 정부가 병원명을 숨기자 급기야 이를 공개하는 개인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병원들의 힘에 굴복했다”는 유언비어도 퍼져나갔다.

정부는 확진자 수가 하루 20명 이상 늘고 격리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선 6월 7일에서야 관련 병원명을 모두 공개했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초기에 빨리 병원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했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국민들이 병원을 기피하는 쪽으로 사태가 흘러가는 바람에 일반 환자와 병원 모두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초기에는 소통에 실패했지만 앞으로 사태 원인과 대처 과정을 정밀 분석해 그 결과를 일반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지적도 많다.

넷째, 모든 대응책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맞춰 대비해야한다.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방역당국의 안일함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촘촘한 방역망을 짜는 것은 감염병 대응의 기본 원칙이지만 보건당국은 지나칠 정도로 느긋했다.

확산 초기 정부는 “메르스는 감염력이 약하며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국이 사태 초기 역학조사 대상자를 첫 확진자가 머문 평택성모병원 동일 병실로 한정짓다가 뒤늦게 조사 대상을 동일 병동으로 확대한 점, 역학조사 대상자를 평택성모병원에 첫 확진자가 입원했던 사흘(5월 15~17일)간 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에서 15일(5월 15~29일)간 방문한 사람으로 확대한 점 등은 정부의 오판이 사태를 키웠다는 반증이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가 속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과 직원 감염이 확산돼서야 뒤늦게 부분폐쇄를 한 것도 안일한 대응으로 지적됐다.

국립중앙의료원 노동환 교수는 “재난이나 감염병 환자 유입을 100% 미리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대형 재난에 대비한 투자를 많이 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맞설 준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시영 기자 / 박윤수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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