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보다 앞서 메르스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한 것은 메르스 사태로 우리 경제와 사회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조기에 걷어내고 경제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우리 경제는 성장동력인 수출이 6개월째 감소한 가운데 연초에 조금씩 살아나던 내수마저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성장률은 5분기째 0%대 성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은 정부의 공식 전망치인 3.1%는 물론 한국은행이 내놓은 2.8%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사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가장 밀접한 중국도 연일 불안한 모습이다. 초저금리와 부동산 대출 관련 규제 완화로 1천100조 원까지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도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메르스 종식 선언은 사면초가인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알리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정부는 메르스와 가뭄 극복에 초점을 맞춘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총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대책을 조속히 이행하는 등 경기 진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기업들도 500조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을 풀어 투자와 고용에 나서야 한다. 경제는 각 주체의 심리가 중요한데, 이렇게 해야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경기 선순환의 물꼬도 틀 수 있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 방역체계의 부실함과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행정의 비효율성과 비밀주의도 도마 위에 올랐다. 뼈아픈 경험을 헛되게 날려보내지 않으려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황 총리도 "이번 사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종감염병 방역체계를 확실히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내에 각각 보건과 복지를 담당하는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등 질병관리 분야의 조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또 질병관리본부가 복지부 산하기관이어서 스스로 감염병 대비 체제를 구축하는데 인사, 예산상의 제약이 있다는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처나 청으로 독립시키는 방안 등 다양한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해당 분야의 조직 체계를 한바탕 뒤흔드는 식의 땜질식 처방으로는 잠재적 위험들을 예방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는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료주의와 비효율적인 규제를 제거하는 등 행정체계 전반을 선진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무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만을 위해 봉사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