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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메르스 종식]④'감염병 이해부족이 사태 키웠다'…"반면 교사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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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정부가 28일 사실상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을 선언했다.

70여일간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가 사라졌지만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 가운데 정부와 국민들의 감염병에 대한 이해 부족이 상황을 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달 16일 메르스 사태를 살펴보기 위해 방한한 세계보건기구(WHO)는 긴급 위원회를 열고 ▲의료진과 일반 대중의 메르스 이해 부족 ▲병원 내 예방 및 통제 조치 부실 ▲혼잡한 병원 구조 ▲여러 병원에서 진료받는 문화 등을 감염 확산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어떠한 문제점이 발견됐던 그 모든 것에 기초하는 것은 메르스에 대한 의료진과 일반 대중의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한국은 세계에서 주목 받을 정도로 심각했다. 국민들은 혹시 스스로가 메르스 감염자와 같은 동선을 밟았을까 걱정했고 움직임을 최소화한 탓에 내수경제 흐름도 둔감해졌다.

우선 메르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국민들은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정보에 따라 외출을 삼가기 시작했다. 버스나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기침이라도 하면 주위 사람들은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며 몇 발자국 떨어지기 일쑤였다.

일부는 외국으로 여행을 떠났고 한국을 떠나는 게 불가했던 사람들은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동반했다. 심지어 약국에서는 의료진들이 쓴다는 N95 마스크 품귀 현상이 나타났고 일부는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메르스 감염 확진 환자 또는 가능성자가 아무렇지 않게 도심 곳곳을 이동한 것도 이해부족에 따른 행동이었다. '나'는 아닐거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컨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다 대규모의 추가 확진자를 발생시킨 환자의 경우 완치된 뒤에야 본인이 메르스 환자임을 알게 됐을 정도였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가 이토록 불거진 것은 '자만'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았다.

차의과대학 지영건 교수는 "사스와 신종플루 때는 대처를 잘 했지만 이번에는 실패했다. 이유는 하나다"며 "사스와 신종플루는 외국에서 터졌다. 당시에는 공항만 잘 지키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내부에서 먼저 터진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컨트롤타워 부실, 재난관리 및 응급의료 시스템, 복지부의 독립 등의 제언이 쏟아졌지만 딱 1년 전에 이런 상황이 올 줄 알았다면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라며 "아마 '중동갈 때 낙타 만지지마라', '환자가 병실이동하게 하지 마라', '응급실 온 환자의 열 측정 철저' 등 환자에 근접해 컨트롤할 생각부터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기모란 교수는 '방역기준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 교수는 "지난 5월21일 해당 병원 8층에 있던 환자들이 7층으로 내려가면서 병원 내 병이 유행하게 됐다"며 "14번 환자가 평택 굿모닝병원에 입원하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던 점, 16번 환자가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에 입원한 점, 10번 환자가 중국으로 갔던 점 등 모든 상황을 모르고 지냈다"고 말했다.

아주대의대 임승관 감염내과 교수는 "비말(침방울) 전파나 2m 이상 퍼지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 맞는 말이고 그 지침에 따랐다"면서도 "문제는 1번 환자가 해당 병실 바깥으로 사흘 동안 나가지 않았으리라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가정이 수일 동안 통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메르스 병원명을 비공개한 것과 메르스에 대한 정보의 부재도 문제로 꼽혔다.

앞서 정부는 메르스 확진 1번 환자가 발생한 5월20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19일 동안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병원의 경영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때문에 일선 의료진이나 환자가 감염됐을 가능성은 의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인하대 의대 황승식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외에 유행하는 감염병 정보가 제대로 취합되지 않았다"며 "메르스 대응 매뉴얼은 있었지만 해당 매뉴얼에는 병원 감염이 실제 어떻게 나타나고 유행하는지는 담겨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사례를 들며 "중동에서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CDC는 해당 지역에 인력을 파견해 직접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모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평택성모병원에서 격리 범위를 너무 좁게 잡은 실수를 했는데 이것이 삼성서울병원에서 되풀이됐다"며 "대책본부를 질병관리본부에서 보건복지부로 격상시키면서 기존 경험을 활용하지 못했다. 전쟁 중 장수를 바꾸는 잘못을 저지른 셈"이라고 꼬집었다.

국립중앙의료원 메르스대책본부 권용진 상황실장은 "국민들은 첫째로 확산 차단이 되기를, 둘째로 정확한 정보를 원했다"며 "이어 '잘 치료했으면', 다음에는 '빨리 종식됐으면' 하는 차례로 변해갔다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상황은 확진과 차단, 치료 3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냉정하게 보면 3단계 모두 치밀하지 못했고 훈련도 부족했다"며 "1번 환자의 신속한 판정도 필요햇는데 근거 부족으로 역학을 따지다가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권 실장은 "확산 차단 단계에서는 신속 정확한 역학조사해야 했고 격리 판단에서는 인력이 필요했는데 없었다"며 "최신 정보도 공유됐어야 하는데 아쉬웠고, 대비 훈련을 못해온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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