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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인터뷰]김수영 양천구청장 "메르스 위기, 또 다른 기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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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글/손대선 강지은 기자 사진/조성봉 기자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한창이던 지난 6월9일 서울 양천구에 비상이 걸렸다.

양천구에서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98번째 환자(58·사망)는 5월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지인을 병문안하기 위해 들렀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환자는 이대목동병원을 찾기 전에 의료기관 3곳을 방문했다.

6월2일과 3일 강서구에 있는 황외과와 김정호이비인후과를 각각 찾았고, 이곳에서 모두 24명과 접촉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파악했다.

문제는 이 환자가 6월4~7일 방문한 양천구의 메디힐병원이었다. 이대목동병원 다음으로 양천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이 병원에서 무려 226명과 접촉한 것이다. 이 중 입원 환자만 79명에 달했다.

"어휴. 당시 (메르스에 대한) 위기 의식이 팽배할 때여서 양천구에서도 무척 당혹스러웠죠."

지난 22일 구청장실에서 뉴시스와 만난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양천구는 확진자 발생을 인지하자마자 2시간 만에 관련 내용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에 공개했다. 더 이상의 확산을 방지하고 구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양천구는 특히 격리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시 최초로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했다. 일괄적인 물품 지급으로는 이들이 14일의 격리기간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서울시에서 10만원 상당의 생활 필수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희 공무원들이 20만원어치 장을 봐서 직접 배달까지 했죠. 이게 주민들의 신뢰를 얻은 큰 계기가 됐어요."

물론 이 과정에서 서울시와의 갈등도 있었다.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메디힐병원에 대한 봉쇄 조치를 단행하는 등 방역망 구축에 있어 혼선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처음 겪은 거잖아요. 위기에 대처하다보니 그런 삐걱거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봐요. 메디힐병원은 개인병원이라 (봉쇄에 따른) 타격이 클까봐 걱정이 많았어요. 그러나 다행히 메디힐병원이 봉쇄 결단을 수용하더라고요. 정말 좋은 원장님을 만난 거죠."

양천구의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더 이상의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양천구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양천구의 감염병 관리 및 해결 역량은 어느 자치구보다 빠르고 신속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된 것이 이번 메르스 사태였어요. 전염병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들을 깨닫기도 했고, 지자체 공무원들이 위기에 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도 됐죠."

메르스 사태가 종식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김 구청장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메르스로 인해 지역상권이 많은 타격을 입었어요. 이를 다시 살리는 것이 저의 과제죠. 또 지난 1년간 주민들과 열심히 소통한 결과 신뢰를 얻게 됐습니다. 앞으로 남은 3년도 이런 노력들은 계속될 겁니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메르스 사태로 양천구가 큰 위기를 겪었다.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다행히 조기에 사태가 종식됐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구 차원의 대응책 등에 대해 설명해달라.

"6월9일 양천구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 (메르스에 대한) 위기 의식이 팽배할 때여서 양천구에서도 무척 당혹스러웠다. 그렇지만 발빠르게 대처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와 삐걱대는 것은 있었지만 그날 밤 안으로 주민에게 알리고, 재난관리기금으로 격리자를 지원했다. 서울시에서 10만원 상당의 생활 필수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먹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격리자로부터) 전화도 왔다. 그걸 바로 수용해서 재난관리기금을 썼다. 저희 공무원들이 20만원어치 장을 봐서 직접 배달까지 했다. 주민들이 (양천구를) 신뢰하게 된 계기가 됐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양천구의 메르스 해결 역량에 대해 극찬했다던데.

"6월23일 메디힐병원이 봉쇄 조치에서 해제되면서 아침마다 하는 비상대책회의도 종료됐다. 마지막 회의 때였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께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는데 '(양천구가) 어느 자치구보다 신속하고 협력도 잘 됐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였다'고 평가했다."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메디힐병원을 폐쇄 조치했는데 병원 측이 입은 타격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메디힐병원이 상당히 감수하고, 국가적 재난에 협력했다. 고마운 점이 많을 것 같다.

"폐쇄 조치를 강제로 했을 때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서울시가) 이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어떻게 하냐 걱정도 했다. 메디힐병원은 개인병원이다. 한 달 매출이 10억원이라고 했다. 다행히 메디힐병원에서 봉쇄 결단을 수용하고 협력하겠다고 했다. 정말 좋은 원장님을 만난 덕분이다. 피해액에 대한 보상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및 서울시와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계획이다."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협업을 이뤘다는 평가다.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된 것이 이번 메르스 사태였다. 전염병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들을 깨닫기도 했고, 지자체 공무원들이 위기에 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보여주는 계기도 됐다."

-그러나 서울시와 방역망을 공동으로 짜면서 일부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위기에 대처하다보니 서로 부딪치는 부분이 있었다. 확진자 판정을 받았을 때도 이런 일을 처음 겪다보니 절차를 따질 경황이 없었다. 그러기에는 위기가 더 컸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지역 주민과 언론에게 알렸고, 서울시는 언론을 보고 알게 됐다. 이 때문에 협력이 잘 안 된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시장님과 서울시 간부들도 (긴급한 상황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런 삐걱거림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메르스 이후가 더 큰 문제 아닐까 싶다. 특히 지역상권 등의 타격이 크다. 경기진작 등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메디힐병원 주변으로 타격이 굉장히 컸다. 병원 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는 곳에 사람들이 아예 지나가지 않았다. 근처 시장까지 타격이 엄청났다. 그래서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구내식당이 아닌 외부 음식점을 이용하고, 지역의 민간단체에도 가까운 골목상권을 방문하고 이용할 것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지금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민선 6기 1주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아직 3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새로운 각오를 말해달라.

"지난 1년 동안 주민들과 소통하고,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돌아보니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것을 했다. 매주 주민들을 만나고, 업무보고도 직접 했다. 또 18개동을 다 돌면서 지역민원을 어떻게 해결할지 설명했다. 그런 부분에서 주민들의 신뢰를 얻게 됐다. 앞으로 3년도 마찬가지다. 신뢰는 예산이 많다고 쌓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소소하더라도 주민들의 민원해결에 구청장과 공무원이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생활민원뿐만 아니라 교육영역과 복지부문 등도 있다. 지난 1년은 워밍업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것을 실행하는 3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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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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