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사용기록, 국회 정보위원에 공개"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방문 수용… 결과 기다리는 게 순리"

"20명분 해킹 소프트웨어 역량으로는 민간인 사찰 불가능"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2015.7.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국가정보원이 스마트폰 해킹프로그램(RCS) 구입 논란과 관련, 국회 정보위원들의 국정원 방문 조사 때 프로그램 사용기록 열람을 허용키로 했다.

국정원은 17일 오후 배포한 '해킹 프로그램 논란 관련 국정원 입장' 글에서 "국정원은 일부 정부위원들의 '방문 확인' 요청을 받아들여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정보위원들의 국정원 방문을 수용키로 했다"면서 "국정원은 (프로그램) 사용 기록을 정보위원에게 보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는 기밀이지만 지금의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비상조치로 보여줄 예정"이라며 "이 내용을 보면 국정원이 민간사찰을 하지 않았다는 게 명백해진다.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이번 해킹프로그램 논란과 관련, "이탈리아 '해킹팀'사(社)로부터 20명분의 해킹 소프트웨어를 구입했고 그 용도는 연구용이며, 해외에서 필요한 대상에 사용할 목적으로 도입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여야 정보위원들은 국정원 측의 설명만으론 RCS 구입 및 사용 경위 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이달 중 국정원 현장 방문을 통해 RCS를 이용한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국정원은 이 같은 현장조사를 허용한데 대해서도 "다른 나라 정보기관에선 보기 드문 이례적인 조치"라면서 "그렇다면 정보위원들의 국정원 방문 결과를 기다려 보는 게 순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또 "국정원이 구입한 '20명분'이란 상대방 휴대폰을 가장 많이 해킹했을 경우 최대 20개의 휴대폰을 해킹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런 역량을 갖고 무슨 민간인 사찰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국정원은 "이 프로그램은 이탈리아 '해킹팀'사를 경유해 작동토록 돼 있다"며 "모든 사용 내역이 다 저장돼 있고, 이는 '해킹팀'사와 연계돼 작동되기 때문에 은폐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35개국 97개 기관이 이 프로그램을 구입했지만, 우리나라처럼 시끄러운 나라가 없다. 어떤 정보기관도 이런 자료를 통해 해명하지 않는다"며 "국정원은 '국민의 국정원'이다. 국정원이 왜 무엇 때문에 우리 국민을 사찰하겠냐"고 관련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국정원은 이어 "국정원의 정보위 증언은 국민, 그리고 역사 앞에 한 증언이다.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국정원은 안보현실을 다루는 제1의 방위선이다. 그런 소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국정원을 근거 없는 의혹으로 매도하는 무책임한 논란은 우리 안보를 약화시키는 자해행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은 그 분야의 최고 기술자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북한에 관해 하나라도 더 얻어 낼 수 있을까 매일처럼 연구하고 고뇌한다"며 "이들의 노력을 함부로 폄하해서도 안 되고, 더구나 국정원이 지켜야 하는 국민을 감시하는 '사악한 감시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도 말했다.

국정원은 "그토록 보호코자 했던 국정원의 정보역량은 이미 크게 훼손됐다. 이런 현실을 국정원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언론도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의혹제기 보다는 면밀한 사실관계 취재에 근거한 책임 있는 보도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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