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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원세훈 대선개입 파기환송]檢, 파기환송심서 '반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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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파기환송심 공소유지 최선 다할 것"…반전 쉽지 않을 듯

여야 자극하지 않고 상고법원 설치 방해 안되는 '묘수' 찾아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16일 파기환송된 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의 '반전'은 가능할까.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이날 "검사와 피고인의 주장과 증명 여하에 따라 트위터 계정의 범위에 관한 사실인정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비록 사건을 파기환송하긴 했지만 향후 검찰 측 입증에 따라 다시 사실관계를 정리해 '선거법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는 의미다.

대검찰청 역시 이 같은 대법원 판결 직후 "파기환송심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은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표면적으론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결과적으로 원 전 원장에게 유리한 '시간끌기' 성격이 짙어, 검찰의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특별수사팀' 사실상 와해…새로운 증거 발굴 어려워

무엇보다 파기환송심에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 트위터 계정 및 트윗글의 증거능력을 확보할 여력이 검찰엔 더 이상 남지 않았다. 특히 수사 초기 강경하게 수사팀을 이끌어온 지휘라인은 이미 수사팀을 떠난 상황이다.

채동욱(56·사법연수원 14기)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팀 활동이 한창이던 2012년 9월 갑작스런 혼외자 의혹에 휩싸여 아예 검찰 옷을 벗었고, 수사팀 팀장을 맡았던 윤석열(55·23기) 대구고검 검사는 수뇌부와의 마찰 끝에 수사팀에서 직무배제됐다.

수사팀 부팀장이자 윤 팀장 직무배제 후 사실상 수사팀의 중심축 역할을 한 박형철(47·25기) 부장검사는 지난해 초 인사발령으로 2년여 동안 검찰 내 한직으로 꼽히는 고검 검사로 머물고 있다.

이 외에도 수사팀의 주축이었던 이복현(43·32기), 단성한(41·32기) 검사는 각각 서울중앙지검과 대구지검에서 근무하고 있어 사실상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특별수사팀으로선 원 전 원장 사건의 공소를 유지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큐리티·425지논 외 '핵심 증거' 새로 나올까

시큐리티·425지논 파일 외엔 방대한 양의 트위터 계정 및 트윗글의 증거능력을 뒷받침할 핵심 증거가 없다는 점 역시 파기환송심에서 검찰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서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시큐리티·425지논 파일을 토대로 추출한 대량의 트위터 계정 및 트윗글을 전수분석한 결과였다.

그런데 트위터 계정 및 트윗글의 '전제'가 되는 이들 파일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면서 검찰은 한 순간에 강력한 무기를 잃어버린 셈이 됐다.

물론 이들 파일 외에도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한 증거와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가 제출한 증거, 빅데이터 업체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트위터 정보 등이 검찰 측 증거로 제시돼 있다.

그러나 이들 증거는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1심에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됐었다. 결국 항소심에서 '반전의 키'로 작용한 시큐리티·425지논 파일 말고는 상황을 역전시킬 카드가 검찰에겐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시큐리티·425지논 파일로부터 추출된 방대한 양의 트위터 및 트윗 계정은 결론적으로 파기환송심에서 증거로 다뤄지지 못할 공산이 크다.

◇대법원, '시간끌기'로 정치적 부담 덜어…상고법원 추진도 영향

이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대법원이 표면적으로 유무죄 판단을 보류하긴 했지만 시큐리티·425지논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 자체가 원 전 원장 측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대법원으로선 파기환송심으로 시간을 끌어 올해 말이나 내년에 이 사건과 관련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경우 박근혜 정부나 법원이 동시에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통상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 어차피 '레임덕'이 시작되는데다 지난 대선보단 차기 대선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큰 파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상고법원 설치안도 대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고법원 설치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여야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대놓고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법원으로선 부담인 것이다.

판사 출신의 중견 변호사는 "상고법원 설치안은 여든 야든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통과될 수가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며 "대법원으로선 이쪽도 저쪽도 건드리지 않으면서 시간을 버는 나름의 '묘수'를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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