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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르포> 단비에도 호미질에 마른 흙만…산골마을엔 가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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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모 크기 16일전 그대로…축산농가는 닭먹일 물 없어 한숨

연합뉴스

단비에도 여전한 산골마을의 가뭄 (가평=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6일 경기도 가평군 각담말 마을의 논이 가뭄으로 갈라져 있다. 2015.6.26 andphotodo@yna.co.kr


(가평=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깨를 심으려 했는데 또 마른 흙만 나오네…"

신태옥(83·여)씨는 이리저리 호미질을 하다 털썩 주저앉았다. 간밤에 내린 비로 땅 표면은 젖어 있었다. 하지만, 가벼운 호미질 몇 번에 금세 메마른 흙이 드러났다.

25일 밤부터 26일 오전까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가평군에도 오전 10시 30분 기준 18.5㎜가 내려 해갈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일부 산골 마을 농가들은 여전히 가뭄에 고통받고 있다.

가평군청에서 자동차로 10여분 달리면 나오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각담말. 마을 주민은 70여명. 대부분 작은 논과 밭을 일구거나 가축을 키워 살아간다.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마을을 따라 흐르는 하천에서 생활 및 농업용수를 충당해왔다.

지난 10일 방문해 가뭄 실태를 보도한 각담말을 보름여 만인 26일 다시 찾아갔다.

지난밤 내린 비로 가뭄은 얼마나 해갈됐을까.

오후 1시께 도착한 마을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을 입구 '마장교' 아래 하천은 말라붙어 잡초가 자라던 16일 전 모습 그대로였다.

주민 강성미(67·여)씨는 지난밤 내린 비가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비바람이 조금 부는 정도여서 턱없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강씨는 "3마지기를 농사짓는데 2마지기에서 모는 안자라고 잡풀만 자란다"며 "작년에도 가뭄 때문에 벼농사에 실패했는데 올해 가뭄은 더 심하다"고 한탄했다.

마을 어귀 여전히 갈라진 논에 있던 모는 약 20㎝ 크기로 자라 있었다. 16일 전 찾았을 때 길이 그대로였다.

밭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울상을 지었다.

신태옥씨는 "감자를 심어 놨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말라죽어 밭을 놀리고 있었다"며 "어제 비가 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깨를 심고 있는데 호미질을 하니 마른 흙만 나와서 (농사가) 잘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옥수수밭을 일구는 현혜선(77·여)씨는 "옥수수가 키가 큰 것 같지만, 가뭄 때문에 잎과 줄기가 뒤틀려 (옥수수가) 잘 열리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근 축산 농가들도 걱정이다.

양계장을 운영하는 유승현(56)씨는 "어제 비가 왔지만, 닭 먹일 물을 충분히 확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약 한 달 후 닭을 출하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무사히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가평군청 관계자는 "지난밤 내린 비로 가평 지역 가뭄은 전반적으로는 어느 정도 해갈이 됐지만 각담말 같은 산골 마을의 경우 지형적 요인으로 상대적으로 비가 적게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지역들엔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고 물을 저장하는 시설도 많지 않아 물 부족이 여전하다"면서 "특히 물 부족에 민감한 축산농가에는 이달 말까지 비상 급수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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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에도 여전한 산골마을의 가뭄 (가평=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6일 경기도 가평군 각담말 마을의 하천이 가뭄으로 말라 있다. 2015.6.26 andphoto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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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에도 여전한 산골마을의 가뭄 (가평=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6일 경기도 가평군 각담말 마을의 논이 가뭄으로 갈라져 있다. 2015.6.26 andphoto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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