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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100년만의 가뭄'…북한서 최악의 상황 발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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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6일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쳤다고 발표한 이후 외신들의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외신 보도는 북한측의 주장이 과장된 것은 아닌지와 이번 가뭄이 200만∼300만명의 아사자를 냈던 1990년대(1996∼1999)와 비슷한 상황으로 이어질지, 또 이것이 북한을 핵협상 무대로 끌어내는 계기가 될지 등에 집중됩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번 가뭄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90년대와 같은 최악의 참사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핵협상에 미온적인 북한의 태도 변화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습니다.

FP는 23일(현지시간) '북한 가뭄을 걱정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구호 전문가 등의 발언으로 볼 때 이번 가뭄이 실제로 상당한 피해를 낼 수도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20년 전 대기근 사태의 재연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북한 사회 전반이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김일성 사망의 여파로 사회의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됐던 그때와 달리 최근 10년간 북한의 농업 생산력이 꾸준히 개선됐고 이런 현상은 김정은 체제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봄 가뭄을 겪었음에도 2013년과 지난해 모두 수십년 만에 최대의 수확량을 달성하면서 1980년대 후반 이래 처음으로 자급자족의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13년과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각각 530만 톤에 달했습니다.

과거 가뭄이 닥쳤을 때의 곡물 생산량은 연간 300만 톤에도 못미쳤다.

북한의 농업 발전을 이끈 일등공신으로는 2013년께 도입된 '포전담당제'가 거론됩니다.

포전담당제는 일가족이 농사를 지어 생산물을 나눠 갖도록 하는 영농방식으로, 1970년대 중국이 농민에게 농지의 점유권을 허용하면서 가족 중심의 농사를 짓도록 한 농가생산책임제와 유사합니다.

이 제도는 북한 농민의 신분을 정해진 배급량만 받는 '농노'에서 일한 만큼 생산물을 갖는 '소작농'으로 바꿔놓으면서 농업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고 지난해 가뭄도 무사히 넘기게 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올해 가뭄이 작년보다는 심해 수확량이 다소 감소해도 20년 전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2천500만 북한 주민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곡물량이 연간 520만 톤이기 때문에 이번 가뭄으로 생산량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피해는 불가피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문제에 대한 대처법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FP는 강조했습니다.

북한 관리들이 반역죄를 우려해 식량난이라는 내부 약점의 발설을 두려워하던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고, 조선중앙통신이 최근 가뭄 상황을 공개한 것도 외부의 도움을 염두에 둔 제스처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김정은 체제의 북한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임에도 최근 대북 원조 의사를 피력했으며 다른 국가들 역시 유엔 등의 국제기구를 통해 같은 보조를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엔은 올해 모두 1억3천700만 달러(1천500억 원가량)의 북한지원 기금을 모을 계획이며 현재까지 7천500만 달러 정도를 모금한 상태입니다.

북한은 2012년이나 2013년과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서는 국제 구호단체 요원들을 불러들여 기아 문제가 극심한 지역으로 안내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미국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핵협상에 요지부동인 북한의 태도에도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흘러나오지만 그럴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북한에 대기근 사태가 닥칠 가능성 자체가 낮은데다 설령 발생하더라도 북한 지도부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수백만 명의 주민이 굶어죽을 때에도 핵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끊임없이 돈을 집어넣었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에 투입한 돈은 약 30억 달러(3조3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게다가 지금은 국제사회 일각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정도로 핵을 둘러싼 북한의 입장이 과거만큼 곤혹스러운 처지도 아닙니다.

포린폴리시는 핵무기가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할 것으로 믿고 있는 북한 지도부가 농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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