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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가뭄예방 위한 '4대강 물' 효율적 활용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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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관개수로 확충 등 투자 필요" vs "경제성 떨어져"

"활용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 이뤄져야"

연합뉴스

물 가득 찬 세종보 (세종=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4대강 사업을 통해 수억t의 물을 확보했지만 사용할 방법·계획이 없어 요즘 같은 극심한 가뭄에도 가둬놓기만 하고 있다. 16일 금강에 조성된 세종보에 물이 가득 차 있는 모습.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극심한 가뭄에도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이 이렇다 할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효율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에 가둬둔 물은 가뭄 등의 비상사태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개수로 확충 등 을 위한 투자를 통해 수혜 지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만 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겸 한국수자원학회 회장은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에 저장된 물의 총량이 7억∼8억㎥ 정도인데 이는 소양강댐 전체 용량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비상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보통 대규모 댐은 상류에 자리 잡고 있어 비가 안오면 물을 채울 수 없지만 4대강 보는 중·하류에 있어 댐에 채워지지 않은 물이 내려오면서 다시 보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보에 채운 물은 비상시에 끌어쓰더라도 상류의 다목적댐에 비해 다시 채울 가능성이 많아 적은 양이지만 비상용으로 저장했다가 언제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16개 보의 물을 4대강에 저장해둔 비상용수라고 생각하고 이를 더 효율적으로 쓰려면 장기적으로는 관개수로를 확충하는 등 투자를 통해 효용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보의 물을 2단, 3단으로 양수하는 작업을 통해 더 많은 농지에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도 4대강 물을 수송할 수 있는 관개수로 등 관련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 논의를 떠나 16개 보가 설치돼 그만큼의 물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이 물을 인근 농지에서만 끌어다 쓰는데 관개수로 확충 등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4대강 물은 수질로 보면 농업용수에 적합한데 이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수 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4대강 보에 저장된 물은 상시 용이기보다는 비상시에 적합한 물"이라며 "효용가치를 높이려면 주변 지역 여건이나 환경 등을 고려한 지역 맞춤형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4대강 물을 인근 농지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수송해 사용하는 방안은 경제성이 없어 사실상 가뭄 피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뭄에 취약한 물 부족 지역은 산간농촌과 도서해안 지역인데 4대강 사업 구간에서 도서해안은 거리가 너무 멀어 논의의 대상 자체가 안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4대강 사업 구간은 우리 국토에서도 가장 낮은 지역인데 산간농촌 등 고지대에 관로나 수로를 설치해 그 물을 공급하더라도 비용이 과다해 결국 경제성이 없다"며 사실상 이용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4대강 보의 효용성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일단 4대강 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에 앞서 먼저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병만 교수는 "갈수록 수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어떤 형태로든 물을 담아둘 수 있는 그릇은 어디에든 더 많이 만들어놔야 한다"며 "여력이 되는대로 물그릇은 많이 확보하되 국민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교수는 "4대강 사업은 필요성을 국민에 인식시키고 환경적·생태적 측면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채 급박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인 만큼 관개수로 확충 등에 앞서 국민적 합의나 타협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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