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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재보선 현장②]성남 중원 '탈환' VS '사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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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성남=뉴시스】곽치원 기자 = 4·29 재보궐 선거 전 마지막 주말인 25일과 26일 성남 중원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후보는 막판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재보선을 고작 사흘 앞둔 상황이지만 성남 중원 시민들의 표심 향방은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성남 중원은 전통적으로 야권의 '텃밭'으로 불릴 만큼 야성(野性)이 강한 지역이지만 옛 통합진보당의 해산으로 인해 치러지는 재보선이라는 점과 이 지역에서 40여 년을 살며 지역 민심을 다진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의 선전 때문에 판세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여야는 이번 성남 중원에서의 재보선이 향후 수도권 민심의 향방을 가를 바로미터로 판단, '탈환'과 '사수'를 위해 각각 전력을 쏟고 있다.

◇여야, 봄날 부푼 꿈 안고 동상이몽(同床異夢)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주말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정환석 후보, 무소속 김미희 후보는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공략하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이날 세 후보가 한 자리에 모인 적은 없었지만 각 후보의 유세 차량은 봄날씨를 만끽하러 외출에 나선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위해 남한산성 입구에 집결했다.

세 후보자의 유세 차량은 불과 몇 미터 간격으로 포진돼, 한창 고개를 내민 검단산 봄꽃과 각 후보를 상징하는 형형색색 점퍼가 어울려 묘한 조화를 이뤘다.

새누리당은 이날 김무성 대표가 직접 나서 신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유세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이들은 야권 단일화 등의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이 지역에서 다소 간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고 사실상 굳히기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신 후보와 함께 이날 오전 경기 성남 남한산성 입구를 찾아 중원구민, 등산객들과 함께 걸으며 지지를 청했다. 김 대표는 신 후보의 유세차량 앞에 다다르자 선거 자원봉사단의 율동을 따라하며 '기호 1번'을 강조하는 엄지를 연신 흔들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흥에 겨운 모습으로 신 후보를 업고 "신 후보를 위해서라면 뭐든 지원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다음 날인 26일에도 다시한번 성남을 찾아 신도들 중 다수가 중원구민인 성령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환석 후보는 25일 노동자 출신답게 주변 공단을 방문하고 한국노총 성남지부가 주최한 노동절 기념식 및 열린음악회에 참석하는 등 서민행보를 이어갔다.

새정치연합 관계자에 따르면 새누리당 신 후보를 뒤쫓고 있는 상태임은 분명하지만 그 간격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막판 스퍼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정세균 전 대표와 오영식 최고위원 등 의원들이 상대원 시장 유세 지원전에 나섰다. 저녁에는 지역주민 간담회를 가지고 밤에는 야간 등반을 즐기는 산악회 회원들을 만나는 등 최대한 지역 주민들과의 접촉에 주력했다.

정 후보는 26일 오전에도 향우회 단합대회를 시작으로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조기축구 경기와 종교행사 등을 쉴새없이 박문하는 등 지역 밀착형 선거유세를 펼쳤다.

무소속 김미희 후보도 이에 뒤질새라 빼앗긴 중원 탈환 작전에 나섰다. 김 후보는 자신이 속해있던 옛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때문에 치러지는 재보선에 다시 출마하는 것인 만큼 부담이 크지만, 아직 이 지역 민심이 완전히 돌아서지 않았다고 보고 지지기반을 중심으로 재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는 주말 동안 시민들의 주거공간은 물론 전통시장과 주민센터 등을 종횡무진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특히 김 후보는 이날 선거유세에서 "정당 해산과 의원직 박탈이라는 위헌적인 판단으로 도둑맞은 의원직을 반드시 되찾겠다"며 "이 김미희가 4년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선택을 부탁한다"며 유권자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부탁했다.

◇'바꿔야지' 교체론 우세 속 成리스트·野단일화 여파 최대 변수

서민들과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경기 성남 중원은 야권에 우호적인 지역이지만 지난 19대 총선 당시 신 후보는 옛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김 후보에게 불과 0.6%p로 석패했을 만큼 여야 모두 안심할 수 없는 곳이다.

실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2일 하루 동안 해당 지역 유권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46%)가 새정치민주연합 정환석 후보(35%)와 무소속 김미희 후보(12%)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 농수산도매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 중인 윤모(43)씨는 "중원구민이 아니라 투표권은 없지만 이 지역 시민들이나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번엔 새누리당에 기회를 주자는 분위기"라면서 "아무래도 지역 경제도 어려운데 여당이 국회의원인게 좀 더 낫지 않겠냐"며 신 후보를 지지할 뜻을 밝혔다.

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을 떠나 신 후보 그 자체에 높은 점수를 주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성남시 근로자 종합복지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신모(51·여)씨는 "당을 떠나서 신 후보가 엄청 잘한다. 우리 복지관에도 자주 왔다"면서 "아무래도 얼굴을 자주 비추고 열심히 하려는데 인기가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면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 여권의 잇따른 악재 때문에 야권을 지지할 뜻을 밝힌 유권자들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 사전투표를 할 예정이라는 자영업자 임상호(49)씨는 2번(정 후보) 혹은 4번(김 후보)를 찍을 거라면서 "김미희 후보가 잘못해서 재보선을 치르는 건 아니지 않냐"며 반문한 뒤 "원래부터 새누리당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이번 성완종 사건도 그렇고 (무상급식 논쟁을 일으킨) 홍준표 지사 때문이라도 1번은 찍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성남 중원구 금광동에 거주 중인 대학생 여미주(27·여)씨도 성완종 파문을 거론하며 "보통 스캔들이 아닌데 아무래도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라면서 "야권이 단일화하는 건 못마땅하지만 (단일화를) 하게 되면 승산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le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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