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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34조 흥행작 '안심전환대출' 메이킹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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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1년6개월 준비…기획 '김용범'-설계·시공 '권대영', 부처 협업으로 탄생]

머니투데이

안심전환대출 TV 광고 캡쳐


'1976년 재형저축 이래 최대의 정책금융 흥행작'이라는 안심전환대출. 안심전환대출은 '9일간 34조원'이란 쉽게 깨기 어려운 기록을 남기고 마감됐다. 이 상품은 누가 기획하고 어떻게 탄생했을까.

'안심전환대출'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1월 말 금융위원회의 업무계획 발표 때였다. 하지만 기획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2013년 5월 금융정책국장에 부임하면서 '변동금리, 일시상환대출에 쏠려 있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의 구조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비정상적인 구조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며 "위험하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빅 오퍼레이션(대규모 조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구조는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주택저당증권(MBS)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세훈 당시 금융정책과장(현 아시아개발은행 파견)이 실무작업을 맡았다. 5000억원 정도면 40조~50조원의 주담대를 전환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MBS 발행을 위해선 주금공의 자본금 확충이 필요했다. 첫번째 난관이었다. 서별관 회의 등을 통해 주담대 구조개선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증자를 요청했다. 주금공은 기획재정부가 1대, 한국은행이 2대 주주다.

한은은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처음엔 난색을 표했다.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이 김중수 당시 한은 총재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었던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도 나서 지원했다. 결국 기재부와 한은이 주금공 자본금을 2017년까지 4000억원 늘리기로 합의, 총알이 마련됐다.

그리고 2014년 2월 경제혁신3개년 계획에 '변동금리·일시상환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이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는 새로운 상품이 나온 게 아니라 구조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권에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를 확대하는 정책이 골자였다.

2금융권 차주를 대상으로 단기·일시상환대출을 장기·분할상환하는 대출로 전환하는 사업이 시범적으로 도입되기는 했다. 하지만 실패였다. 2금융권이 대출채권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았고 대출자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안심전환대출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정한 근거로 작용했다.

안심전환대출 설계가 본격화된 것은 권대영 금융정책과장이 부임한 지난해 8월부터다. "마치 신들린 듯 일했다"(김용범 위원)고 할 정도로 권 과장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안심전환대출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 게다가 그는 직전 은행과장이었다. 사무관 시절 주금공 설립, MBS 발행 업무 등을 담당했던 경험도 있었다. 은행과 주금공 모두를 잘 알고 있었던 셈이다.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우선 중도상환수수료가 문제였다.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내면서 갈아타려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은행 내에서 갈아타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해결방안이 마련됐다. 은행들도 타행 대출까지 허용할 경우 그야말로 무한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자행 전환을 요구했다.

다음은 금리였다. 사람들을 은행으로 끌어낼 획기적인 수준의 낮은 금리가 필요했다. 이때부터는 숨어있는 금리를 찾아내는 작업이었다. 김용범 위원은 "권 과장이 수시로 숨어있던 0.1%포인트(p), 0.2%p를 찾아냈다는 보고를 했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대출금리에는 고객모집, 근저당 설정비 등 각종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고객이 제발로 찾아가고 기존 대출을 전환하는 것이라면 그 같은 비용이 필요없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0.3%포인트를 낮추고 복잡한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 개편을 통해 또 0.1%p를 인하시키는 방식이었다. 주금공이 결국 주담대로 이익을 내고 있다는 논리로 주금공의 희생도 이끌어냈다.

운도 작용했다. 한국은행의 3월 기준금리 인하였다. 당초 2.8~2.9%로 기획됐던 안심전환대출의 금리가 2% 중반대까지 내려간 것은 3월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권 과장은 "3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주목해 출시시기를 정했다"며 "2.8%로 안심대출을 출시하고 3월에 한은이 금리를 내렸다면 이미 신청한 사람들의 반발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1년간 MBS 의무 보유'는 끝까지 은행과 밀고 당겼던 사안이다. 안심전환대출을 판매한 은행이 주금공의 MBS를 사들이도록 한 것은 신제윤 전 위원장의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계대출 속도를 조절해야 할 판에 은행이 대출채권을 주금공에 넘기고 받아온 돈으로 또다시 대출을 늘릴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판매액의 50%까지만 보유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한은까지 나서 우려를 표명하면서 결국 100% 의무 보유로 강화됐다.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도 고민이었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수많은 정책금융상품은 '흑역사'라고 할 만큼 참담한 실패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임종룡 금융위원장)고 고백했듯, 출시 전 성공에 대한 확신은 부족했다.

신청이 쇄도하면서 서둘러 중단해 직접 본 사람이 많지 않았을 뿐, 안심전환대출은 공중파 TV 광고까지 했던 이유다.

안심전환대출이란 이름은 공모를 거쳐 탄생했다. 주금공, 금융위 내부에서 추천받은 10여개 중 최종 3개를 추리고 그 중에서 선택된 이름이 '안심전환대출'이다. 안심의 '안(安)'에는 집을 뜻하는 '?'이 들어있다는 점과 '안심대출' 혹은 '안전대출'로 줄여 부르기 좋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조원이 순식간에 소진되면서 금융당국은 오히려 근심이 늘어갔다. 증액해 달라, 대상을 넓혀라 등 요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애초에 40조원 수준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던 만큼 증액은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문제는 재판매 시기였다. '곧바로 재판매를 시작하자', '한번 쉬었다 가자'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 엇갈렸다. 정리는 임종룡 위원장이 맡았다. 임 위원장은 2차 판매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오전 관계부처 회의에서 "금융위에 맡겨 달라"며 즉각 판매를 결정하고 본인이 직접 언론 앞에 나섰다.

이렇게 탄생한 1·2차 안심전환대출은 33조9000억원, 34만5000명의 주담대를 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로 전환시킨 채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안심전환대출은 '갚아나가는 대출 시대를 열었다', '대한민국 가계부채의 잠재적 리스크를 줄였다' 등의 호평과 '시장원리를 무시한 관치',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포퓰리즘' 등의 혹평을 오갔다. 대체로 해외에선 호평 일색이었던 반면 국내에선 호평과 혹평이 섞여 있었다.

김용범 위원은 "시간이 흘러 안심전환대출이 어떻게 평가될지 모르지만 비판은 정책하는 사람들이 늘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다"고 말했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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