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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안심대출로 뜨거웠던 9일, "이제는 불 꺼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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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합계 34조원 판매..호평과 혹평 사이 "후폭풍 대비할 때" 한목소리]

안심전환대출이 9일 만에 34조원 판매라는 기록적인 실적을 남기고 마감됐다. '시장을 교란시킨 관치상품'이라는 혹평도 있었지만 '가계부채 구조를 변화시킨 획기적 상품'이라는 호평도 받았다.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전하지만 전문가들은 '특판은 특판일 뿐 이제는 불을 꺼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머니투데이

◇안심전환대출 9일간 34조원 판매 =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차 안심전환대출은 총 14조1000억원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4일 출시, 나흘만에 한도 20조원이 조기 소진되면서 급하게 20조원을 증액해 30일부터 5일간 2차 판매를 시작했지만 열기는 한풀 꺾인 셈이다. 한도 20조원에 미달하면서 신청자들은 자격요건만 갖췄다면 모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청자들의 평균 대출액이 1차 판매(1억500만원)에 비해 2차 판매(9000만원)에서 감소했다는 점에서 신청자들의 소득수준은 1차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안심전환대출이 이자만 갚던 대출을 원금까지 갚는 대출로 전환시킨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차 판매로 원금상환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은 대부분 신청을 완료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심전환대출에 쏟아진 호평과 혹평= 안심전환대출은 뜨거웠던 열기만큼 평가도 크게 엇갈렸다.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시장 원리'를 무시한 상품이었다는 점이다. 금리리스크를 해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상 변동금리보다 높은 고정금리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안심전환대출은 오히려 변동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책정, 기존에 나와 있던 시장 상품들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금융당국은 코치가 아니라 심판이 돼야 한다고 했지만 안심전환대출은 정부가 심판은 커녕 아예 선수로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40조원으로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안심전환대출은 가장 취약한 서민층에 대한 대책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시급한 문제도 아니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안심대출의 정책목표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안심대출은 가계부채 1100조원 전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300조원을 타깃으로 한 상품이었다. 이중에서도 변동금리이거나 이자만 갚고 있는 대출, 255조원이 대상이었다. 특히 안심대출의 조건(1년 이상 대출, 집값 9억원 이하, 대출액 5억원 이하, 고정금리 대출 제외 등)을 감안하면 대상은 112조원으로 더 줄어든다. 결국 112조원의 약 30%를 갈아타게 만든 셈이다.

이로 인해 25% 수준이던 은행권의 고정·분할상환대출 비중은 30%대로 높아지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9일 "안심대출은 취약한 구조의 가계부채로 인한 잠재적 시스템 리스크를 줄였다는 점에서 경제 전체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제는 부작용 대비해야= 안심전환대출에 대해 호평이든, 혹평이든 전문가들은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빚진 사람들에게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대가 커지면 포퓰리즘으로 번지고 결국 정부가 모든 걸 해결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심전환대출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정치권에선 정부를 향해 추가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3차 판매는 없다'고 못 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주택담보대출 구조에 대한 수술이 한번은 필요했다"며 "하반기 이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금이 최적의 시기였을 뿐 지속 가능한 상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자만 갚다 원금까지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자칫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안심전환대출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이 평균 29%로 낮은 수준이지만 현금흐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연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의 현금 흐름을 한 번에 바꾸는 게 쉽지 않다"며 "특히 월급쟁이에 비해 소득이 들쭉날쭉한 자영업자는 소득에 조금만 구멍이 나도 곧바로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 우려도 여전하다.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이 은행에 손실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은행권은 최소 1%포인트의 마진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은행권은 특히 "은행원들이 성과평가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은 안심전환대출에 올인하면서 당장 지점과 은행원 개인의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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