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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친절한 금융이야기]왜 2금융권에는 '안심대출'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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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막내기자와 함께 배우는 금융상식]

이데일리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2% 중반대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 24일 출시됐습니다. 출시 나흘 만에 한도 20조원을 모두 소진하며 광풍을 이어나갔죠. 그런데 이 상품, 인기만큼이나 많은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서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만들어져서 ‘안심’전환대출이라는 데 ‘진짜’ 서민들에게 이 혜택이 돌아갔느냐는 지적이일었습니다. 특히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2금융권 대출자가 대상자에서 빠지면서 논란은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안심전환대출의 제2금융권 확대, 고민은 하겠지만 어렵다”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지 이튿날인 25일, 이와 관련한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안심전환대출을 2금융권으로 확대할 수 없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당시 금융위원회의 대답은 “고민하고 있다”였습니다. 이 대답에 기자들은 “금융위가 안심전환대출의 2금융권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금융위는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제2금융권 확대 여부는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어렵다는 답이었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같은 날 같은 질문을 던진 기자들에게 “2금융권 주담대는 안심전환대출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긋습니다.

그런데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7일 “서민들의 과도한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고 빚을 갚아나가도록 국가가 돕겠다는 취지에서 제2금융권 대출자들도 저금리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금융당국을 압박했습니다.

◇누군가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세상의 그 무엇도 공짜가 아닙니다. 안심전환대출 역시 그 절대법칙에서 결코 벗어나지지 못했습니다. 안심전환대출은 장기간의 준비에 걸쳐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그 논의 주제는 ‘누가 얼만큼의 손실을 부담할 것인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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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안심전환대출의 구조를 살펴보면 대출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①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을 해당 은행에 상환하고 ②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을 새로 받습니다. 은행은 ③이 대출로 생긴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기고대금을 받습니다. 주금공은 그 대금을 손실을 메우기 위해 ⑤주택저당증권(MBS)라는 채권을 발행해 시장에 팝니다. 몇 년 후 이 채권을 가지고 있는 자에게 돈을 지급한다는 보증서지요. 은행은 ⑥그 채권을 나간 대출량만큼 사들입니다. 사실상 주금공한테 받았던 대금을 다시 주금공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는 형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이는 누구일까요. 정답은 은행과 주금공 모두 입니다. 먼저 주금공은 높은 금리의 대출을 대신 갚아주고 낮은 금리의 대출을 새로 해주는 공급자입니다. 주는 이자는 높은데 받는 이자는 싸니 당연히 손실이 날 수밖에 없지요. 또 다른 이는 은행입니다. 일단 몇 년 후면 높은 이자까지 붙여서 돈을 갚을 고객이 중도상환수수료도 물지 않고 대출을 상환합니다. 두 번째는 주금공에서 매입하는 MBS 금리가 고객한테 받을 이자보다 싸다는 것입니다. 이 손실을 메워주기 위해 정부는 안심전환대출 취급 실적에 따라 주금공에 내는 출연료를 깎아준다는 ‘당근’을 내놓았지만, 은행들의 손실은 각각 수백억에서 수천억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손해자가 있습니다. 바로 정부와 한국은행입니다. 주금공은 금융위의 산하기관으로 그 자본금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출자합니다. 주금공은 그 자본금을 바탕으로 MBS를 발행해서 사업비를 충당합니다. 근데 돈도 없는데 무조건 채권을 남발하면 안 되겠죠. 그래서 법은 주금공이 발행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MBS 발행액을 자본금의 35배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이번 안심전환대출으로 발행되는 MBS(20조원)를 고려하면 주금공의 MBS발행은 적정기준을 넘어서게 됐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주금공의 자본금을 더 늘리기로 하고 그 비용을 누가 고민할 것인지 고민합니다. 결국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2000억원을 출자해 자본금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면 그것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집니다(다만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1년이라는 거치기간이 있어 이 돈이 시중에 풀리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도가 됩니다) 정부가 출자금을 내면 그것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입니다. 즉, 그 비용은 대한민국 국민이 조금씩 분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2금융권으로 안심전환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것을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비용은 돌고 돌고 돌아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입니다. 1금융권 주담대출자보다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있는 2금융권 대출자가 똑같이 안심전환대출을 활용하려면 1인당 드는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하게 1억원을 빌린 은행 주담대출자(금리 3.7%)와 저축은행 주담대출자(금리 7%)가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으로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할 때 드는 비용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첫번째 대출자의 경우 총이자는 37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두번째 대출자는 70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여러분은 이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나요.

◇2금융권의 안심전환대출 ‘대출구조전환 보금자리론’

2금융권 대출자를 위한 안심전환대출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4월 정부와 주금공은 2금융권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대출구조전환 보금자리론(이하 ‘구조전환론’)이라는 상품을 내놓습니다. 변동금리·일시상환 2금융권 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준다는 점에서 안심전환대출과 큰 틀에서 상품의 모습은 같습니다. 그러나 1년이 다가오는 지금, 실적은 제로에 가깝다는 전언입니다.

구조전환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 이유 하나만 꼽아보자면 손실을 감당할 주체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구조전환론을 하기 위해서는 손해를 감당해야 할 2금융권(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캐피탈사 등)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2금융권은 이들 상품을 취급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따른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주금공 관계자는 “이 상품의 실적을 확대하기 위해 주금공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설득해봤지만 결국 설득된 데는 신협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금융권의 부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 업권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저소득층의 담보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나 금융기관의 철저한 심사를 통해 총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한편으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취업 알선 등 소득을 증대시킬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는 오는 29일 오후 2시 안심전환대출 후속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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