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5 (수)

안심전환대출 첫날 3.3조 폭풍승인… 당국 총한도 증액도 검토(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출시 첫날 은행 영업점 인산인해..낮은 금리에 대출자를 와르르

정부 예상 뛰어넘은 열기에 월한도·총한도 증액 검토

뉴스1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은행 본점에서 안심전환대출 가입 희망 고객들이 개점시간을 기다리며 줄 서 있다.2015.3.24/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서울=뉴스1) 송기영 기자,이현아 기자,문창석 기자 = 거치식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2% 중반대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 출시 첫날인 24일 3조300억원이라는 폭풍신청이 이뤄졌다. 동일조건 고정금리 상품에 비해 금리가 낮다는게 큰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후 6시 현재 2만6887건, 3조3036억원이 승인됐다. 3월 한도의 66%가 하루만에 소진된 것. 예상을 뛰어넘는 열기에 3월 한도인 5조원이 조기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월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총 한도인 20조원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월간 5조원 한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운용하겠다"며 "총 한도 20조원도 진행 상황 보면서 (증액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 "한도 소진될라" 새벽부터 영업점서 대기

이날 전국 은행 영업점은 몰려오는 고객들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이날 오전 9시께 경기도 일산의 신한은행 일산강촌마을점에는 문을 열자마자 10여명의 고객이 한꺼번에 몰렸다. 모두 안심전환대출을 받기 위한 고객들이었다.

대출과 관련해 대기하는 고객은 10명을 넘은 반면 일반 입출금 업무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 자리가 모자라 일부 고객이 서서 기다리자 은행 측은 소파 외에 따로 이동식 의자를 설치하기도 했다.

은행 측은 대출상담 창구 인원을 평소보다 늘리고 입출금 창구는 줄이는 방식으로 대비했지만 고객이 몰리자 일부는 상담까지 2~3시간 가량 기다려야 했다. 안심전환대출 업무를 진행하는 시간이 한 고객당 30분씩 걸리기 때문이라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 한 명당 서류에 도장을 30~40번 이상 찍어야 한다"며 "창구에서 서류 작성시 약정서·개인정보조회동의서 등 기본 서류가 신규 대출과 비슷하게 들어가다보니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류작업 뿐만 아니라 관련 상담을 같이 진행해야 하는 것도 진행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라며 "상환 기간이 다른 것과 원금 분할상환 등의 사항을 일일이 안내하고 고객이 이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 개점 시각을 기다려 방문했다는 한 중년 여성은 "오늘 사람이 몰려 혹시 신청을 못 할까봐 어제 은행에 들러 미리 서류를 쓰려 하기도 했다"며 "오늘 아침 은행 문이 열리자 마자 와서 전환대출 신청을 할 수 있었다"고 안도했다.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된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주변 은행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은행 영업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안심전환대출을 받기 위한 고객이 몰렸다.

오전 9시30분께 국민은행 김포 풍무동 지점에는 10여명 이상의 고객이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9시28분 당시 번호표의 대기인원수는 28명이었다.

고객은 대부분 40~50대 중년이 주를 이뤘으며 간간히 30대 신혼부부의 얼굴도 보였다. 국민은행은 기존 대출창구 두 곳에서 상담을 진행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 수는 늘어난 반면, 상담을 끝낸 고객 수는 줄어들지 않아 약 1시간 뒤인 10시40분 당시 대기인수는 35명으로 늘었다. 반면 1시간30분 동안 상담을 받은 고객은 9명에 불과했다. 영업점에는 앉을 자리가 부족해 서 있는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영업점을 찾은 30대 여성 고객은 "은행 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오면 기다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전 9시에 왔는데도 앞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며 "문이 열리기도 전인 8시30분부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은행이 문을 빨리 열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 신한은행 김포 풍무동 지점에는 오전 10시께 대출 관련 대기 인원이 12명이었다. 신한은행 직원은 고객이 방문하자 영업점 입구에서 안심전환대출 때문에 왔느냐고 물은 뒤 어디서 대출을 받았는지, 구비서류를 준비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신한은행 직원은 "기존 대출 받은 지점이 아니면 서류를 넘기는데 이틀 정도가 걸리는데, 그 사이 (안심전환대출) 한도가 소진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지점으로 가는게 좋다"며 "대기 인원이 많아 적어도 5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고가 아파트가 많고 신규 입주 물량보다는 손바뀜 정도에 그치는 서울 강남권의 상황은 다소 달랐다.

우리은행 송파구청점에는 문열자마자 3명이 왔지만 상담만 받고 돌아갔고 역시 우리은행 잠실중앙점도 상담만 몇번 있는 정도였다. 신한은행 잠실점과 하나은행 잠실점도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 파격적 금리혜택이 인기비결

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 인기비결로 낮은 금리를 꼽았다. 연 3% 중후반 금리의 대출을 20~30년간 연 2.5~2.6%대로 묶어둘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었다.

뉴스1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안심전환대출 가입 희망 고객을 안내하고 있다.. 2015.3.24/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안심전환대출금리는 시중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도 금리가 0.5%포인트(p) 이상 낮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특별판매한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는 연 3%대 중반이었다. 게다가 이 상품은 혼합형이라 5년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현재 은행에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우대금리를 포함, 최대 연 3% 초반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금리도 연 3.0~3.25% 수준이다.

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작용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당수 고객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냐'고 질문을 하는데,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으니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안심전환대출은 연 2% 중반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 예상보다 높은 열기에 금융당국 한도 증액 검토

이날 하루에만 2만6887명의 신청자가 몰리자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는 매달 5조원씩 총 20조원으로 설정한 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특히 3월 한도가 조기에 소진될 경우 다음달 한도를 미리 집행할 계획이다.

임종룡 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월간 5조원 한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청 금액이 총 한도인 20조원을 상회해도 일정 수준까지는 탄력적으로 방침이다. 다만 초기 열기가 계속 이어져 20조원 한도가 모두 소진될 가능성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도가 조기에 소진될 수도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첫날 고객들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며 "3월 한도가 소진되면 다음달 한도를 미리 집행할 계획이지만, 총액 한도 증액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역삼동에서 핀테크 간담회를 마친 뒤 국민·농협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안심전환대출 현황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또 이날 각 은행에 '고객이 줄을 서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또 각 영업점과 콜센터에서 상품 설명을 충실히 하고 '신청 다음달부터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다는 점을 고객에게 반드시 알릴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자체 비상대책반을 구성하고 고객이 몰리는 영업점에 본점 직원을 급파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이 연 3% 중후반 대출 금리를 연 2.5~2.6%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는게 거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작용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당수 고객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냐'고 질문하시는데, 보통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으니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영업점 곳곳서 승강이… 오후 들어 열기 한풀 꺾여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은행 직원과 고객 간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1곳의 안신전환대출 전담 창구를 운영한 서울 잠실의 한 은행 영업점은 고객들이 몰리자 지점장이 직접 나서 양해를 구했다.

지점장은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시면 우선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되시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고 이에 고객들은 "창구를 더 열어 손님을 받아야 하지 않냐"고 따졌다.

한 고객은 "지점장도 직접 창구에 앉아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으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뉴스1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농협중앙회 종로지점에 안심전환대출 출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2015.3.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포시 풍무동의 한 지점도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한 30대 여성은 "예금창구나 다른 창구 직원들이 놀고 있는데 왜 안심전환대출 상담 창구를 늘리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함께 기다리던 다른 고객들도 "오늘 내에 접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은행 측에 항의했다.

헛걸음을 한 고객들도 있었다. 서울 강남의 한 지점을 찾은 강모(50·여)씨는 전날 전화상담을 통해 안심전환대출 대상임을 확인하고 이날 일찍 영업점을 찾았다. 그러나 영업점 직원이 "조회 결과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아니다"고 하자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결국 이 영업점 부지점장까지 나서 강씨에게 사과하고 나서야 상황이 마무리됐다.

강씨는 "전화 상담을 할 때는 상담원이 분명 안심전환대출이 가능하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영업점 직원이 말을 바꿨다"며 "아침 일찍부터 나와 영업점을 방문해 기분만 상했다"고 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신청 열기가 다소 꺾이기 시작했다. 특히 업무시설 밀집 지역인 서울 여의도, 광화문 등의 은행 영업점은 고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실제 이날 오전 은행 개점 1시간만인 10시 기준까지 안심전환대출은 총 5941건(7810억원)이 신청됐다. 이후 4시간이 지난 오후 2시에는 1만7020건(2조1502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시 4시간이 지난 오후 6시에는 2만6887건(3조3036억원)으로 9876건(1조1534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국민은행 여의도지점 직원은 "평소보다는 고객이 2~3배 몰린 모습이지만 오전보다는 오후들어 조금 줄어든 상황"이라며 "오후에도 약 4명이 고객이 대기하고 있었으나 영업 종료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대기하는 고객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광화문점 직원도 "오전에 고객들이 다소 몰리긴 했지만, 오후 들어서 많이 줄었다"며 "한도가 조기 소진될 것이라는 걱정에 실수요 고객들이 오전에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아파트 밀집 지역 영업점에는 은행 영업 마감 시간인 오후 4시까지 상담을 받지 못해 발을 구르는 고객도 있었다.

rckye@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