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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원세훈 '유죄' 김상환 부장판사, '논어 위정편' 어록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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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르다고 상대방 공격 옳지 못하다"…국정원 댓글 조작 지적

김어준 '무죄' 등 과거 판결문도 회자

뉴스1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5.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나와 다른 쪽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배척한다면 결국 자신에게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대선개입 혐의와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원심을 깨고 '유죄'를 선고한 김상환 부장판사의 발언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국가정보원법 위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9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2시간 가까이 판결문을 읽으면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혐의에 대해 '논어의 위정편'을 인용하며 원 전원장을 엄히 꾸짖었다.

김 부장판사는 "논어의 위정편에서 공자는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 공격한다면 이것은 손해가 될 뿐이라고 했다"며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나와 다른 쪽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배척한다면 결국 자신에게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이고 이는 다른 것에 대한 공격과 강요가 결국 심각한 갈등과 분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은) 누구보다 이를 지켜야 할 국가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헌법에 의해 보장된 정치적 기본권 범위 안에 있는 국민의 생각과 의견을 심리전 대상으로 삼았고 그 결과 앞서 언급한 (사회에) 부정적인 결과와 우려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사이버상에서 익명의 국민인 마냥 댓글을 달게 됨에 따라 사회적 공론이 벌여져야 할 사이버 광장에 개입했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사이버 공론장의 순수성과 자율성을 의심하게 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댓글 행위를 국정원 직원들의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하며 어물쩍 넘어가려 했던 점에 대해서는 김 부장판사는 "(국정원은) 엄격한 상명하복 체계에 따라 움직인다"며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부하 직원들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사실상 지키지 못하도록 했다는 점에서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의 판결문은 이전에도 화제를 낳은 바 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친인척을 둘러싼 의혹을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주진우(42) 시사IN 기자와 김어준(47) 딴지그룹 대표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 "피고인들이 제기한 의혹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으며 공표돼서는 안 되는 의문 제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김 대표가 허위의 인식을 가지고 보도와 방송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은 여러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고 이를 납득할지, 외면할지는 독자나 청취자 판단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김 대표 측의 손을 들어줬다.

또 "언론의 자유는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라며 "국민에게 정치적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나 의견을 제공하기 위해 이뤄지는 언론활동은 중대한 헌법적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언급했던 그이지만 죄를 뉘우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경우 엄벌을 내리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최태원(54) SK그룹 회장 형제의 횡령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원홍(53)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항소심에서 "김 전고문은 수사가 개시되자 가족과 함께 중국 상해로 출국하고 재판을 피하기 위해 귀국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행위가 의미하는 바를 겸손하게 성찰하고 있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공범들의 형량 등을 고려해 볼 때 원심의 형은 오히려 가벼워 부당하다"고 가중처벌했다.

반면 1년여간 60여차례에 걸친 삼화저축은행 비리관련 공판 끝에 선고를 내린 김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남다른 고충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부장판사는 "선고를 앞두고 저 역시 어제 맘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하며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있을 피고인들을 떠올렸다"며 "재판을 하는 입장과 받는 입장은 천지 차이가 있겠지만 무거운 마음은 같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양적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가장 어려운 재판 중 하나였다"며 "재판부가 판단한 사실관계와 피고인들이 경험으로 기억하는 사실관계가 다를 수도 있다. 여러분 마음 속으로 스스로에 대한 재판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boaz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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