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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손학규-나경원 맞붙나…최대 빅매치로 떠오른 수원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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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텃밭이지만 손학규 출마 의사로 야당이 주도권

[CBS노컷뉴스 박종관 기자]

노컷뉴스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왼쪽),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 (자료사진)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의 6.4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경기 수원병(팔달구)은 7.30 재보궐선거의 15개 선거구 가운데 서울 동작을과 함께 전국적으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전체 선거의 판세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수원병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과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 등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 15대 총선부터 팔달로 독립된 수원병 선거구는 현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 부자의 독무대였다. 남 당선인의 부친인 고(故) 남평우 전 의원은 13대 때 수원을(乙) 선거구에서 불과 3.19%포인트 차이로 낙선한 뒤 14대 권선을(乙), 15대 팔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남 당선인은 부친의 사망으로 인해 치러진 1998년 7월 보궐선거에서 당시 최연소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19대 총선까지 내리 5선을 지냈다. 이에 앞서 수원이 지금의 화성시와 묶여 국회의원 한 명을 배출하던 시절에도 '금배지'는 대부분 공화당이나 민주정의당, 즉 지금의 여당 계열이 차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 수원병은 수원의 다른 선거구와 달리 단 한 차례도 밟아본 적 없는 미지의 땅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보선이 치러지는 수원 지역 3개 선거구를 모두 차지, 기존 수원갑의 이찬열 의원에 더해 수원 전체를 파랑으로 색칠하겠다는 강한 기대를 품고 있다. 그 중심에는 수원병이 있고, 또 손학규 상임고문이 핵심이다.

경기도지사 출신의 손 고문은 이미 재보선에서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2011년 4월 당시 민주당 후보로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한 손 고문은 51%의 득표율로 당당히 4선에 골인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치명상을 입은 한나라당은 선거 다음날 지도부가 총사퇴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손 고문이 수원병에 '소환'된 것도 이런 파괴력 덕분이다. 당에서는 손 고문을 전략공천해 수원의 재보선 3곳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초재선 그룹인 '더좋은미래'조차 "중진들이 쉬운 데보다는 어려운 쪽에 가서 당이 전국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달라"고 밝혔다. 손 고문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야권의 불모지에서의 출마는 반대할 명분이 없음을 명백히 한 것이다.

손 고문 본인도 출마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손 고문은 지난 17일 '당에서 수원병에 출마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까지 당의 어려움을 내가 짊어지는 것을 피해온 적이 없다"며 "당이 결단할 문제니까 당의 결단을 보고 내가 결심하겠다"고 말했다.

손 고문의 출마가 가시화되면서 새누리당은 대항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25일 마감된 후보 공모에는 김현태 대한약사회 부회장, 임호영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오병주 전 서울지검 부장검사, 김영욱 전 수원지법 사무국장 등 4명만이 지원했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된 거물급 인사는 없었다. 결국 새누리당의 손에는 손 고문에 맞설 유명 정치인을 전략공천하는 카드만 남은 셈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나경원 전 의원이 꼽힌다. 판사 출신의 재선 의원인 나 전 의원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과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 등을 지내며 재기를 노려왔다. 최근에는 오랜 칩거를 깨고 6.4 지방선거에 나선 정몽준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지역구를 옮기는 문제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출마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라는 얘기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도 꾸준히 물망에 오른다. 실제로 이 전 비대위원은 당 주요 인사들로부터 수원병이나 수원정 출마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을 위기에서 구했던 주역으로서 거물에 맞설 '젊은 피'로 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비대위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고민을 가벼이 흘려 보내지는 않지만 흔들림이 없어야 할 이유는 내가 애초에 준비해오지 않았던 길이라 생소하고 또 잠시 걸었던 그 길이 편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는 글을 남겼다. 사실상 출마를 고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원병은 이처럼 거물 간의 전면전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지난 총선에서 5.2%포인트 차이로 남 당선인에게 석패했던 새정치연합 김영진 팔달구 지역위원장은 최근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며 "중앙정치가 수원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전략공천 움직임을 강하게 성토했다.

더구나 수원에서만 3곳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다 보니 다른 선거구의 후보 결정과 맞물려 야당 내부에서 계파 갈등이 불거질 조짐도 있다. 손 고문 측과 안철수 공동대표 측의 대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손 고문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기우 전 의원은 수원을(乙)에 출사표를 던졌고, 안 대표 측 인물로 분류되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의 수원정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여야는 후보 등록 시한 직전까지 공천을 늦추며 서로 눈치싸움을 할 개연성이 높다. 이번 재보궐선거의 후보 등록은 다음달 11일에 마감된다.
pani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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