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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문창극 또 사퇴 거부…與 '청문회 강행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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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 독립운동 이슈화, 여론 눈치 보는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 사흘 째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는 23일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사퇴할 뜻이 없음을 드러냈다. 문 내정자는 지난 19일 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퇴근길 '기자 간담회'를 자청하고 있지만, 이날은 자신의 조부가 독립유공자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짧게 설명한 후 질문을 더 이상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앞서 문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국무총리 지명 후, 국가보훈처에 독립 유공자 문남규 선생이 그의 조부와 동일 인물인지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내정자 사퇴론이 비등한 민감한 시점에 보훈처는 "대한독립단 대원으로 활동한 애국지사 문남규(文南奎) 선생과 문 내정자의 조부가 동일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밝혔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거의 확실하다는 취지다.

문 내정자는 이와 관련해 "이 문제는 저의 가슴 아픈 가족사이고, 또 저의 조부님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저희 가족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국가보훈처도 법 절차에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케이스와 똑같이 (조부와 문남규 선생이 동일 인물인지 확인 작업을) 공정하게 처리해주길 바란다. 감사하다"고 말한 후 자리를 떴다.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문 내정자는 "나중에"라고 말한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결국 문 후보자는 이날도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조부 독립 유공자' 문제를 띄우며 버티기를 시도한 셈이다. 청와대도 이틀 간의 자진사퇴 설득에 실패한 뒤 여론 추이를 살피는 '눈치보기'에 돌입한 분위기다.

사의를 표명한지 59일 째인 정홍원 국무총리는 오는 24일 오전에도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문 내정자를 두고 박 대통령의 장고가 길어지는 정부는 '식물 총리' 주재의 국무회의를 두 차례나 열게 되는 셈이다. 새누리당의 입장도 뚜렷하지 않다. 박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제각각 해석을 내리며 여전히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레시안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 ⓒ연합뉴스


與에서도 다시 고개 드는 '문창극 사퇴 불가' 여론

새누리당의 기류는 '문창극 불가론'이 여전히 많지만 "청문회에서 소명할 기회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도 문 내정자와 관련해선 언급이 전혀 없었다. '입단속'에 나선 것이다. 박대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인사청문회라는 법이 정한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이를 통해 국민이 냉철하게 후보자를 판단할 기회는 반드시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핵심 인사 중 한명인 홍문종 의원은 '새누리당의 입장은 문 내정자 불가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저도 청문회를 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영주 변호사 등 보수 인사들과 개신교 목사, 장로, 전도사 등 종교인 482인이 주말에 낸 문 내정자 지지 성명을 기점으로 여론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바깥에서 여론이 썩 좋다고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보수 언론인들이 성명을 내고 '마녀 사냥식 인권 살인이 아니냐'고 말을 한 후에 국민 여론이 '청문회 정도는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대통령도 그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일방적으로 여론이 문창극 내정자를 매도해 (문 내정자가) 불리했다. 그런데 문 내정자가 독립운동가 후손이기도 하고, 진의가 왜곡됐다고도 하고, 많은 분들이 좋은 분들이라고 해서 그렇다면 청문회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실질적으로 여론이 그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홍 의원이 "국민 여론을 다시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문 내정자의 결단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 "나는 청문회가 원칙이라는 데에서 한번도 물러난 적이 없었다. 문 후보자가 명명백백하게 해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과 함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문창극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며 "이것이 민주 절차를 지키는 것이며 국격을 높이고 성숙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심각한 레임덕, 조기에 올 수도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연일 요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에게 결자해지하시라고 제안한다. 잘못된 인사를 철회하시라"고 주장했고 김한길 공동대표도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김효석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국민과 다른 길을 가려고 하면 정치적, 사회적으로 고립돼 심각한 레임덕이 조기에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문 내정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에 내정된 박지원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새정치연합) 내부적으로 강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청문회가 열리면 문제점이) 몇 가지가 더 밝혀질 것"이라며 "물러나신다고 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조용히 물러나게 해드리겠지만 청문회를 하게 된다면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 :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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