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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뉴시스 초대석]김지철 충남교육감 "대화합형 교육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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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홍성·예산=뉴시스】유효상 기자 = 6·4 지방선거에서 충남도민들은 진보성향의 전교조 출신 김지철 후보를 충남교육감으로 선택했다.

왜 도민들은 진보성향에 전교조 출신인 김 당선인을 충남교육 수장으로 선택한 것일까.

그 이유는 보수 성향의 전직 교육감 3명이 각종 비리로 내리 낙마하면서 현재 충남교육 시스템에 대한 문제 인식 등 도민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가 최종 선택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보수 진영의 후보와 개표과정에서 밤새 박빙의 대결구도가 펼쳐졌다. 근소한 표 차이로 김 당선자가 최종 낙점됐지만 여전히 보수 성향에 지지와 기대를 나타내는 도민들도 많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 교육 가족들과 도민들 사이에서는 전교조 출신인 데다 충남도의회 교육의원이었던 김 당선자가 갑작스런 개혁으로 교육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과연 김 당선자는 어디까지 충남교육의 개혁을 이끌어낼 것이고 고 벼랑 끝으로 떨어진 충남교육의 위상을 다시 세울 것인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선거가 끝나고 어떻게 지내는가.

"선거가 끝나면 좀 한가할 줄 알았다. 선거 때만큼 바쁘다. 인수위가 가동돼 인수업무를 맡고 있지만 직접 챙겨야하는 사업들도 꽤 많다. 언론취재도 계속 되고 있어 시간을 쪼개 쓰는 실정이다. 앞으로 할 일을 고민하면서 주변 분들 의견을 듣고 있다."

- 당선 소감과 승리요인은.

"210만 충남도민과 2만3000여 교직원 여러분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선거현장 곳곳에서 따뜻한 응원의 한 마디, 시원한 냉수 한 잔을 권하시며 격려해주셨던 분들을 잊을 수 없다. 충남교육을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는 이분들의 간절한 염원에 답하는 게 내 임무이다. 초심을 간직하며 임기 내내 실천하겠다. 승리요인은 충남교육의 혁신을 바라는 도민들의 열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충남교육은 지난 10여 년간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충남교육이 되도록 하라는 도민들의 절실한 요구가 당선으로 이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 그동안 선거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정책선거와 깨끗한 선거를 했다는 점이 도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출마를 결심하고 준비한 공약을 예비후보 등록한 다음부터 차분하게 홍보하는 작업을 벌였다. 한두 달 지나고나니 차츰 여론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고 상대 후보들의 비판수위가 높아졌지만 어쩔 수 없는 방어적인 언급 외에는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 진보교육감의 급격한 교육정책 변화를 우려하는 데 견해는.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 둘 다 우리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가치이고 둘의 균형이 없으면 제대로 된 교육이 안 된다. 앞으로는 나를 진보라고 부르기보다 ‘대화합 교육감’이라고 불러달라. 변화만큼 안정도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정작 중요한 충남교육의 대화합과 혁신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망각할 수 있다. '학생중심·아이들 먼저'라는 원칙에 서로 합의하고 이를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겠다."

-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대한 생각은.

"직선제는 지역주민의 민의를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다. 오래 전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들이 강력하게 요구해 시행된 제도다.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나은 제도를 찾을 수 없다면 문제점을 개선하고 현행대로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해야 한다."

- 충남교육계의 과제와 사업추진계획을 밝혀달라.

"충남교육은 지난 10여년간 3명의 교육감이 비리와 부정부패로 낙마했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청렴은 사실 교육의 과제가 될 수 없다.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직업윤리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교직원은 묵묵히 학교를 지키고 학생들을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일부가 충남교육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이제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도록 깨끗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 투명한 교육행정으로 도민께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에게 말하기 앞서 내가 청렴을 실천해야 한다.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견제와 감시를 자청할 생각이다."

-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의견은.

"공교육 정상화는 각 교육과정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 유일의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에 초등학교부터 고교입시의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고 정작 대입에는 학생들이 지치고 있다. 고교평준화는 교육부가 최근 세 차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전체 성적을 올려주는 제도다. 앞으로 고교평준화를 충남에 확대하고 각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 혁신학교 100곳 추진을 목표로 세웠는 데 가능성은.

"혁신학교는 새누리당 출신 시장들도 도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힐 만큼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정책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혁신학교가 충남에서 꽃 피우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에 부응하기 위해 혁신학교100 프로젝트를 공약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꽃 피울 혁신학교의 숫자만큼이나 교육의 질도 중요하다. 아마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착실히 준비하고 진행한다면 큰 무리 없이 충남형 혁신학교가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교사 시절 어떤 모습이었나.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부친의 영향을 받고 자랐다. 엄한 가정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사대 졸업 후 영어교사로 어촌의 작은 학교에 부임했다. 학생들이 마치 막내 동생처럼 사랑스러웠다. 천진난만한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나를 발견하고 교사로서 성장해가는 담금질을 했다. 취미로 그림을 그렸는 데 어느날 낭만스러운 바다 풍경을 화폭에 담기 위해 그림을 그리던 중 우리 학생들의 실상을 보았다. 한 여학생이 부두에 앉아 그물을 손질하던 중 바늘에 찔려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그날로 붓과 화첩을 집어던졌다. 나의 작은 낭만이 우리 학생들에게는 피를 흘려야 하는 고통스런 삶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스스로에게 그리고 제자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나를 채근하며 살아왔다. 이 때부터 학생들의 현실을 바로 보게 되고 참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

- 전교조 활동은 어떻게 하게 됐나.

"1980년대 소위 군부독재라는 미명하에 짓눌렸던 인권과 민주화의 요구가 분출하기 시작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도래했다. 양심적인 지식인들과 시민들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외쳤다. 피 뜨거운 젊은 교사였던 나는 학교의 민주화를 위한 일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독재권력의 입맛에 맞는 교육을 강요하는 거짓교육이 아닌, 모든 가치를 아이들의 중심에 놓는 진정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했기에 전교조를 만드는 데 적극 동참했고 초대 충남지부장을 지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한 발 앞당기는 데 내 젊음도 함께 동참했던 것이 역사 앞에 당당한 일이었음을 자부하고 있다."

- 교사를 그만 두고 왜 교육의원 선거에 나섰는가.

"교직은 벼슬이 아니라는 일관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내 아버지처럼 평교사로 명예롭게 물러나면 그만이라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매진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아이들 앞에 진리와 정의와 양심을 가르쳐야할 교육의 수장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안위와 영화를 추구하는 무늬만 교육자인 사람들 일색임을 깨닫고 그 벽의 높이와 견고함에 전율하곤 했다. 교육 백년지대계가 아닌 일년지소계를 양산해내며 가시적 성과에만 목매어 교육을 망치는 정치교육감들이 득세하는 것을 마냥 한탄하며 지켜볼 일이 아니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래서 과감히 교사를 접고 교육의원이 됐다."

- 충남도의회 교육의원으로서 어떤 일을 했나.

"교육의원을 하면서 비리가 비리를 낳는 권력의 순환고리원점을 찾아냈다. 빚 갚을 일 없는 사람, 권력구도에서 자유로운 사람만이 부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음도 알았다. 공부 잘 하는 몇 아이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개개인의 재능과 특성을 살려 누구나 기가 꺾이지 않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장애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조례 제정, 교내 폭력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학교장들의 권한 대폭 축소,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및 복지향상, 인조잔디 운동장 환경개선 등에 적극 앞장섰다."

- 충남 교육가족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학생중심, 아이들 먼저라는 원칙만 지켜진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 원칙은 특정 이념에 따라 바뀌는 원칙이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거나 다른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교육자라면 당연히 소명의식으로 가져야할 원칙이다. 우리는 이 원칙을 다시금 새기고 함께 화합해 나가면서 충남교육을 바로 세워야 할 책임이 있다. 교육가족과 도민들의 성원을 부탁드린다."

yreport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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