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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아시아블로그]맞춤형 수도권 교통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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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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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6ㆍ4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눈여겨 본 공약은 바로 수도권 지역의 교통공약이었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당선자의 교통공약은 기자라는 직업 측면에서도 당연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들여다볼 이유도 나름 있었다.

이유는 다음달 경기도 하남시에 조성되는 미사신도시 입주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셋집을 전전하다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설레이면서도 왕복 서너시간이나 소요되는 통근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업무 성격상 새벽 6시30분까지 출입처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야 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적어도 1시간30분 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주변 지인들도 내집 마련에 대한 축하보다는 '입주 이후의 현실'을 더 걱정하는 모습이다. '축하한다'는 인사와 함께 '출근은 어떻게 하냐'는 물음을 빼놓지 않는다.

여건을 보면 주변의 이 같은 걱정이 무리는 아니다. 미사신도시에는 30여개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데, 이번이 신도시에서 첫 입주다. 당연히 대중교통체계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현재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인 이곳을 지나는 노선버스는 2개선. 게다가 승객이 적어 운행간격은 뜨막하다. 이 가운데 한 개 노선은 하루 운행회수가 6차례에 불과하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기가 쉽지 않은 여느 직장인 처지와 별반 다를 게 없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새벽시간에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소박한 바람이다. 입주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서울 도심까지 이동 가능한 버스보다 신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연계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당선자의 교통공약에 대한 관심은 일종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접었다. 멀티환승터미널, 노후 전동차 교체 등의 거창한 공약이 있지만 정작 필자와 관련된 지역에는 해당사항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없고 환승터미널 계획은 해당되지 않는다. 서울로의 통근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도 하남지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수도권 교통정책의 핵심은 시ㆍ도를 원활히 오가는 대중교통을 만드는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하루 400만명이 이용하는 만큼 처한 상황은 다양하다. 거창한 계획보다 지역 현실에 맞는 맞춤형 공약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다.

따지고 보면 교통 만큼 서울, 경기, 인천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공약도 흔치 않다. 교통문제만 해결해도 수도권에서 표심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은 그래서 가능하다.

선거 후 열흘 이상이 지났지만 수도권지역 당선인들이 만났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이참에 서울, 경기, 인천 지자체장이 모여 수도권 교통문제 해결에 의지를 표명하는 게 어떨까. 4년후면 또 다시 선거가 돌아올텐데 지금부터 준비한다는 취지에서 말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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