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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진보교육 ‘시즌2’ 시작되다]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교육감 1명뿐… ‘역사전쟁 시즌2’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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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역사교과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교육감 13명과 박근혜 정부가 맞닥뜨릴 ‘외나무다리’가 있다. 교육부가 7~8월쯤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다. 진보교육감들은 “현재 검정체제를 철저히 지키면 된다”며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다. 보수교육감 4명 중에도 국정화 찬성은 김복만 울산시교육감 당선자뿐이다. ‘16 대 1’로 교육감(청)의 입장은 기울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와 교육부는 국정화에 적극적이다. 올 초 ‘교학사 교과서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던 정부의 선택에 따라 ‘진보교육 시즌2’가 ‘역사전쟁 시즌2’로 달궈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경향신문

친일과 독재 미화 등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교 한국사 교과서. | 경향신문자료사진


▲ 진보교육감 “현재 검정체제 철저히 지키면 돼” 반대

김명수 장관 내정자 “좌편향 사학계와 이념투쟁 불사”

교육부 교과서 채택 개정안…‘교학사’ 기싸움 예열도


■ 마주 달리는 역사교육 갈등

교육부는 올 초 교학사 교과서 채택이 ‘1곳(부산 부성고)’에 그친 홍역을 치른 후 올 상반기까지 문·이과 교과과정을 개편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도 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7~8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는 서남수 장관이 발표한 ‘편수조직 확충’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념적으로 대립할 바에는 차라리 국정교과서 체제로 가거나 정부가 교과서 집필과 관련된 세부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사학계의 좌편향이 심하고, 필요하다면 이념투쟁까지 불사해야 한다”며 국정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진보교육감들은 지난달 19일 공동공약으로 “친일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교과서를 반대”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도 고개를 저었다. 정부가 밀어붙이면 ‘대안적 역사교과서’를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한국의 아베를 키울 것이 아니라, 일본의 아베를 부끄럽게 할 세계시민적 마인드를 길러야 한다”며 ‘동아시아 평화교육 공동교과서’ 개발 뜻도 비쳤다.

지난달 29일 역사정의실천연대가 교육감 후보들을 설문조사하고, 당시 무응답한 일부 당선자를 경향신문이 지난 12~14일 설문한 결과 진보교육감 당선자 13명은 “현재의 검정제 유지” 입장이 많았고, “중장기적으로 인정제·자유발행제로 가야 한다”(조희연 서울·최교진 세종·박종훈 경남)거나 “독립된 별도 편찬기구를 설치하자”(장만채 전남)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교육감 중에서도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당선자는 “교육부 편수기능이 강화된 검정제”,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당선자는 “검정제 유지” 입장을 밝혔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당선자도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며 국정화에 반대했다. 김복만 울산시교육감 당선자만 유일하게 “국정제로 가고, 학습 후 견해는 오직 학습자의 몫”이라고 밝혔다. 교육감들의 의견은 정치권력 영향에서 벗어난 중립적 교과서 편찬과 기구(전문가위원회) 구성을 하고, 역사학계에서 공론화되고 합의된 역사를 가르치자는 쪽으로 모아진 것이다. 교육부가 국정화 카드를 꺼내들면 진보교육감들은 교육감협의회를 통해 공동행동도 모색하기로 해 갈등이 첨예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경향신문

■ 교학사 교과서 갈등도 ‘휴화산’

2014학년도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는 전국 2522개교 중 1794개교이다. 부성고만 교학사 교과서를 택하고, 나머지는 교학사를 외면했다. 한국사 교과를 2·3학년에 포함시킨 528개교는 2015학년도 한국사 교과서를 추가로 선택하게 된다. 지난 1월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다가 안팎의 반발에 휩싸이자 유보한 경기 파주 한민고는 올 9월쯤 교과서를 다시 채택할 예정이다.

현행 교육부 ‘검인정 교과용도서 선정 매뉴얼’을 보면 일선 학교는 담당교과 교사들로 구성된 교과협의회(심의·1~3순위 결정)-학교운영위(평가)-교장(결정)을 거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시·도교육청은 지도·감독권을 갖고 있지만, 구체적인 징계 권한은 명기하지 않아 지역에 따라서는 갈등·혼선이 빚어질 수도 있다.

당장 교육부는 지난 6일 학교에서 채택한 교과서의 재심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기준을 현재 학교운영위 ‘절반 동의’에서 ‘3분의 2 찬성’으로 높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채택된 교과서의 번복을 어렵게 해 교학사를 위한 법 개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학운위에서 재적 3분의 2가 되기 쉽지 않아 학교장 측 목소리가 더 세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명수 교육장관 내정자는 “보수진영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서둘러 만든 것은 사실이나 시각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안된다거나 표현만으로 흠잡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며 교학사 쪽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교학사 2라운드’의 기싸움이 예열되고 있지만, 진보교육감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 측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채택을 강요하는 불공정 행위를 엄중히 차단할 것”이라며 “경기도교육청 차원의 인정교과서를 발행하고 암기식 역사교육 대신 참여형·체험형 수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측도 “(교과서 채택은) 교육청에서 각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여기서의 ‘자율’은 교장의 자율이 아니라 학부모·학생·교원 등 교육주체의 자율을 뜻한다. 정해진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학교는 철저한 관리·감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교육감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당선자 측은 “지난해와 유사한 일(교학사 교과서 사태)이 또 일어난다면 지역·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대대적인 채택 거부운동을 실시할 것”이라며 “현재 사립학교에 대한 교육청의 권한을 강화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으며, 이런 움직임과 연계해 사립학교의 잘못도 철저히 감독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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