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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조희연 "고교 선택제 개편 … 성적별로 균형 배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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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양극화·슬럼화 완화 기대

2016학년도 이후에나 가능할 듯

학생의 학교선택권 제한 우려도

중2·고1 자녀를 둔 박형주(46·서울 중랑구)씨는 요즘 이사를 가야 할지 고민 중이다. 중랑구는 동대문구와 함께 ‘동부학군에 속하지만 박씨의 큰아이는 노원·도봉구가 속한 ‘북부학군’ 고교에 다닌다. 일반고 배정 때 학생들이 학군과 무관하게 원하는 고교를 지원하면 일정 비율을 추첨해 배정하는 ‘고교선택제’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6·4 지방선거에서 뽑힌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가 고교선택제를 바꾸겠다고 공약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박씨는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마음에 들어 둘째도 보내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진다면 집을 옮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고민스러워했다.

수도권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이 일반고 배정 방식에 손을 대겠다고 밝혀 향후 여파가 주목된다. 조 당선자와 이재정(경기)·이청연(인천) 당선자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이 일반고를 선택할 때 특정 성적대(구간)의 학생들이 일부 학교에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균형배정제’를 도입할 것을 적극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들은 “현행 고교 체계는 학교 간 격차를 확대시켜 서열화를 더 조장하고 심지어 일부 학교는 미리 학생을 선발해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며 “교육감으로서 주어진 권한을 총동원해 서열화된 고교 체계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고교 균형배정제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고교 양극화와 일반고 슬럼화 문제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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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당선자는 12일 고교 배정 방식에 대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일부 학교에 몰리는 것을 분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인수위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 2 지망으로 나눠 학생들이 특정 고교에 지원하는 현행 방식은 유지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서울의 고교선택제는 1단계에서 서울 전역 고교 중 2곳에 지원할 수 있고, 2단계에선 거주지 학군 내에서 고교 2곳을 고를 수 있다. 1, 2단계 추첨에서 떨어진 학생들은 인접 학군끼리 묶은 19개 공동학군 소속 학교에 지원 없이 배정된다.

조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도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학생들을 균등 배정하고 모든 학교가 함께 발전하는 상향평준화를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그의 방식대로 하면 중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본인 선택과 무관하게 일정 지역 내 일반고에 흩어지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15학년도 신입생 모집 계획은 지난 4월에 이미 발표됐기 때문에 제도가 개편되더라도 2016학년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일반고 사이에서도 성적 격차가 큰 현실을 보완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그나마 근거리 강제배정에서 벗어나 조금 선택권이 주어졌던 것을 제한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고교에 입학한 신입생 7만2644명의 희망학교 배정 비율은 91.9%로 학생의 선택이 실제 고교 입학에 대부분 반영됐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중학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어 우열을 가리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임의로 배정하면 성적이 좋은 학생이 많은 지역에선 원치 않는데도 집에서 먼 학교를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김모(48)씨는 “교사가 순환하는 공립고보다 사립고가 입시 지도를 잘한다는 게 학부모들의 생각인데 강제로 어떤 학교를 가라고 하면 동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진보성향이던 곽노현 전 교육감도 취임 후 고교선택제를 폐지·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유보했었다.

일각에선 고교선택제가 폐지되면 과거 ‘강남 8학군’처럼 지역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입시업체 하늘교육의 임성호 대표는 “ 대부분의 학생이 거주지와 가까운 고교에만 갈 수 있게 되면 좋은 학교가 많은 8학군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신진 기자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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