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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취재파일] 벼락에 우박, 용오름까지…힘자랑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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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날씨를 보며 두려운 마음이 들기는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매일 이어지는 천둥과 번개도 그렇지만 사정없이 떨어져 일 년 농사를 망쳐버리는 우박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거든요. 미국에서 토네이도라고 불리는 강한 회오리바람마저 가세했으니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날씨가 왜 이렇게 요동치는 것일까요? 기상학적 해석은 아주 단순합니다. 북쪽에서 밀려온 상층 찬 공기가 지면에서 데워진 더운 공기와 급격하게 섞이는 과정에서 먹구름이 강하게 발달했다는 것이죠. 두 공기의 기온 차가 워낙 커서 폭발적인 구름의 성장이 가능했다는 분석입니다. 천둥.번개는 물론 우박과 용오름 모두 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구름의 산물입니다.

보통의 구름이라면 구름 속의 얼음알갱이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커집니다. 충분히 성장하면 하강을 계속해 지면에 가까워지면서 녹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구름이 갑자기 커지면 채 녹지 못한 얼음알갱이가 그대로 지면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박입니다.

용오름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름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강한 상승기류가 먹구름 아래로 깔대기 모양의 회오리를 일으킨 것이 용오름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회오리를 토네이도라고 부르는데, 토네이도가 태풍보다 더 강한 것은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세숫대야에 물을 놓고 젓가락으로 힘껏 저으면 수면으로부터 소용돌이가 세숫대야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자연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용오름의 회오리가 지면부터 상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층에서 지면으로 내려온다는 것도 세숫대야의 물기둥과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요란한 날씨 속에는 이런 기상학적 원리 말고도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자연의 섭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읍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폭발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섭리인데요. 지난 5월 날씨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날씨였죠. 초순 만해도 대관령에 눈이 내리면서 이상저온현상이 이어지더니 하순에는 사상 첫 5월의 폭염주의가 내려지면서 때 이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북쪽 찬 공기와 남쪽의 더운 공기가 힘자랑을 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이번에 폭발한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서 과도한 스트레스 폭발은 늘 예기치 못한 후유증을 남기기 마련인데 자연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각이 맞물리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해 생기는 지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힘자랑 이야기가 나와서 덧붙여 이야기하면 주체할 수 없는 힘은 보통 큰 희생을 치르기 마련인데 이 불편한 진실이 그 두 번째 섭리입니다. 힘을 다스리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인간의 필수 덕목인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힘이 있다고 함부로 휘둘러서는 여럿이 다치죠. 좋을 것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동쪽 상공에는 매우 키가 큰 고기압이 버티고 있는데 이 고기압이 좀처럼 자리를 비껴주지 않는 것도 지나친 힘자랑이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 상공에 거의 정체하면서 찬 공기의 위력을 남김없이 쏟아 붓는 것 또한 쓸데없는 힘자랑인 셈이죠.

세 번째 섭리는 물러서지 않는 힘의 대결은 불안정 상태를 이어간다는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 풀어야 하는데, 해결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곧잘 힘으로 맞대결을 펼치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요란한 소동이 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반도 상공 5km부근에 계속 머물고 있는 영하 15도의 찬 공기와 지면 가까이에서 데워진 영상 25도 이상의 더운 공기가 좀처럼 소통하지 못하면서 대기 불안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그 결과 계속해서 요란한 소나기가 지나는 것입니다.

자연 속에는 세상살이의 해법이 녹아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것을 캐치하는 능력은 언제나 우리의 몫입니다.

[공항진 기자 zer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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